늦가을 주말 아침 두 사람 관찰기

by Phd choi 최우수

그들(20대 초반의 남녀)은 건널목에서 헤어졌다. 난 그 건널목 앞에서 신호대기에 걸려 마치 드라마 촬영 카메라처럼 그들은 서로 보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 서로의 표정을 보게 됐다.

아침 7시 40분에 헤어지는 남녀는 무슨 사이이고 그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남자는, 여자가 혼자 건널목을 건너가자 손에 들고 있던 영수증으로 보이는 종이 조각을 거칠게 구겨서 길바닥에 버렸다. 십중팔구 카드 영수증으로 보였고, 아마도 두 사람이 같이 사용한 재화나 서비스의 영수증이겠지, 또한 그 카드 영수증의 주인은 아마도 남자였으리라, 대부분 카드 주인이 영수증을 받았을 테니까.


왕복 4차선 길이의 건널목을 건너는 10여 초, 그리고 건널목을 건너서 골목으로 들어가고 난 후-골목으로 들어가고 난 후의 여자의 뒷모습은 남자는 보지 못한 걸 나만 본 것이다.-여자는 단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았고 뒤돌아보지도, 멈추지도 않았다. 그 사이 건널목 건너 남자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이는 동안은 여자의 뒷모습을, 뒷모습이 사라진 후에는 사라진 마지막 공간을 약 2분 정도 응시하고 있었다. 실현되진 않았지만, 난 남자의 표정과 기색을 봐선 소리를 지르거나, 이름을 부르거나 심지어는 여자를 따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을 품게 되었지만, 남자는 끝내 자신의 건널목 맞은편 자리를 끝까지 고수했다. 마치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 혹은 군사분계선 마냥 그 선을 넘지 않았다.



건널목을 건너서 그의 시선에선 보이지 않는 오르막 골목길을 오르던 그녀는 뒤를 돌아보거나 쫓기듯 총총 갈길을 가지 않을까 하는 나의 예상을 보란 듯이 빗나가게 하고 이른 아침 집 주변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처럼 뒷짐을 지고 여유 있게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 시간 그는 끝까지 자신의 눈길을 그녀가 사라진 곳에서 거두지 못한 채로 건널목 너머에 머물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후 바닥에 침 한번 뱉고 못내 아쉬운 걸음을 떼었다. 내 보기엔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와 다르게, 그는 약간 취기가 있어 보였다.


밤새 술을 먹었다든지 거리를 배회한 모습이라고 보기엔 두 사람 모두 너무 말끔했다. 아침에 만나서 볼일을 보고 헤어졌다기엔 두 사람의 표정도 시간대도(아침 7시 40분), 그의 취기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들이 헤어진 그 지역도 주택가라기보다는 유흥가가 더 많은 곳이기도 했고(이화여대 전철역 4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