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덕후거리를 가지고 있나요?

책 구매자, 독자 그리고 작가

by Phd choi 최우수

사람이 어떤 취미나 물건에 몰입하면 덕후, 마니아, 팬 등으로 표현한다. 이런 단어를 듣고 쉽게 연상되는 건 어떤 물건, 스포츠와 연예인 스타, 최근에는 음식도 한자리 차지하게 됐다. 참고로 덕후란 일본어인 오타쿠(御宅)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르는 말인 ‘오덕후’의 줄임말로 뜻은 오타쿠와 동일하다.

덕후질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취미나 물건보다도 시간, 노력,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마치 '이것만은 양보 못해'와 같은 심리다.


그럼 나의 미래, 커리어, 자기 계발을 위한 덕후 거리는 무엇일까? 책 구매자, 독자 그리고 작가다.


책 구매자

어릴 적 집이 서울의 북서쪽인 은평구 쪽이었다. 내 어릴 적 유일한 시내 나들이의 최대 범위는 그때 당시 집 앞 정류장에서 탈 수 있는 150번 버스를 타고 가는 코스였다. 그걸 타고 얌전히 창 밖 풍경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도착한 광화문 앞 교보문고 사거리에 내려서 지하도를 지나면 곧바로 교보빌딩 지하 교보문고에 도착한다. 교보문고에 도착하면 특유의 책 종이 냄새와 더불어 신세계와 놀이터가 펼쳐진다. 그때 당시 누군가 수레에 책을 잔뜩 싣고 책 쇼핑을 하는 걸 보면서 나도 나중에 저렇게 맘껏 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책 구입은 사치를 부리는 편이다. 그리고 적당한 자기 합리화와 함께 구입한 책은 100% 다 읽진 않지만, (최소한 100페이지는 읽는다.) 그래도 정기적으로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한다.


책 구입할 때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집는다. 책값도 요즘 물가와 더불어 웬만한 책은 2만 원 언저리까지 많이 올랐다. 위에 말한 것처럼 읽지도 않을 책을 수레로 사는 건 로망이긴 하지만 내 경제관념에는 맞질 않는다. 그래도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물건에 비해서 책은 실패를 통한 학습을 믿으며 과감하게 지르는 편이다. 나름대로는 책 한 권 구입하여 한 줄만 내가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문구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내용이 영 맘에 안 들어도 학창 시절 국어 수업 시간의 책 읽기 시간의 교재라고 생각하며 읽기도 한다.

단, 아무리 재미없는 책도 100페이지는 읽으려 한다. 가끔 밀어 놨다 오랜만에 꺼내본 책 중에 의외의 대목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덮은 책도 다시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 자


책은 한 번에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 물론 가끔 정말 몰입하게 되는 책은 쭈욱 읽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양한 책을 서너 권씩 동시에 읽는다. 아무리 재밌는 소설도 스토리의 굴곡이 있듯이 책도 한 분야의 책만 읽다 보면 오히려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데 흥미라는 측면에서 방해가 되기도 하기에, 마치 밥 먹을 때 다양한 반찬을 차려놓고 먹는 것처럼 책도 그렇게 읽는다.


글발이 너무 적은 책은 피하게 된다. 가령 총페이지가 200페이지 이하이거나, 단락이 한두 장으로 나뉘는 책도 꺼려진다. 주장만 있고 이유와 사례, 논리 등이 부족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요즘 출간되는 책들은 예전보다는 독자의 특성을 감안하여 압축적으로 서술한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짧은 단락은 책 내용의 부실함으로 느껴져 꺼려지게 된다.


작 가


그리고 이제 내 책을 써보려 한다.

책 쓰기는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가, 출판 기획자의 책 쓰기 특강 속 험난한 책 출간의 길을 보고 잠시 보류했었다. 그러다 대학원 졸업 후 우연히 지인으로 알게 된 유명 작가분이 블로그에 글을 차곡차곡 쌓아두다가 마치 약수가 모이듯이 글이 모이면 책을 내는 것을 모방하여 블로그에 글을 남기게 되었다. 이 글들이 브런치 작가 입문에도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책 쓰기가 덕후질의 대상이 된 이유는, 어느 정도 글이 모이면 自費(자비)를 들여서 책을 출간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비 출간을 염두에 둔 이유는 절대 돈이 많아서가 아니고, 출판사에서 출판 제안을 받으면 좋겠지만, 나의 시간은 유한하고 확률적으로 높지 않은 그 기회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첫 책은 반쯤 경험 삼아서 내보고 싶은 생각이다. 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비싼 수업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


이는 대학원 박사과정의 경험이 일조했는데, 대부분의 미래 경비가 지불 당시에는 그 효용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마치 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정상 뷰를 상상만 할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박사 졸업 후 '찐'박사가 되어 뒤돌아 보면, 박사과정을 위한 시간과 돈의 지출이 후회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의 미래를 위해서 과감히 '덕후질'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