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듣는 맛...
작년 이맘때 큰 맘먹고 자전거를 샀다. 큰 맘이라 함은 내 기준으로는 큰돈을 들였다는 거다. 그래 봐야 요즘 자전거 시세에 비하면 크지 않은 100만 원 이하지만. 그것도 예약을 하고 한 달 후에나 과거 자동차 출고받듯이 받았다. 자전거를 주문하고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내 돈 들여서 내 자전거를 산 게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인생 50년 가까이 살면서 참 의외의 곳에서 알뜰하게 살았다. 그간은 형의 자전거를 실현 불가능한 논리로 공유하거나 처남의 산악자전거를 양도받아서 공도에서 타고 다녔다.
그 전 자전거가 산악자전거여서 인지-용도가 안 맞았다는 거지, 비싼 제품이었다 - 새로 산 자전거는 그동안 타봤던 자전거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우선 자전거를 거금을 들여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기간에 비싼 자전거를 소유한 지인에게 비싼 자전거와 그렇지 않은 자전거의 차이가 뭐냐고 물었더니,
"같은 거리를 가거나, 같은 속도를 내더라도 힘이 덜 든다는 거였다."
자전거에 거의 문외한이지만, 비싼 자전거는 소재를 경량화하여 매우 가볍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솔직히 지인의 답이 전부다 이해되진 않았다.
하지만, 일 년 여가 지난 지금 지인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기계적인 건 설명하기 힘들지만, 페달을 밟을 때 힘이 덜 든다. 그리고, 타이어가 좀 더 지면을 읽는다고 할까, 바퀴와 자전거 프레임을 통해서 전해지는 지면의 느낌이 좋다. 가끔 들리는 '사 아악, 사 아악' 하는 바퀴 돌아가는 소리도 내가 움직이고 있음을 소리로 표현해주는 것 같아 귀가 즐겁다.
NG는 자전거를 사면서 심혈을 기울여 색상도 눈에 튀는 보라색으로 선택한 물병 캐리어가 너무 커서 일반 생수페트병을 넣고 울퉁불퉁한 노면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 보면 물병이 떨어지는 대형사고가 벌어진다는 것 정도.
자전거를 타면 애매한 속도가 주는 쾌감이 있다. 자동차를 타면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도 달릴 수 있지만, 고속도로를 장시간 운전하면 달리는 속도에 무감각해진다, 속도 계기판을 안 보면 지금 자신의 속도를 모른다. 하지만, 자전거를, 내 실력으로는 기껏해야 시속 20킬로 내외 수준이지만, 타면서 느껴지는 속도감은 자동차보다 훨씬 크다. 그리고 요리조리 웬만한 곳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자유로움도 별미다.
자전거는 대부분 집 주변 탄천변 같은 자전거 도로에서 탄다. 예전 감성으로는 그런 전용도로 말고 동네길을 타고 다니면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 유용한 수단으로 쓰고 싶은데, 요즘은 동네에 차가 많아서 그게 거의 불가능하고 인도와 차도는 있을 망정 자전거 도로가 거의 없어서 매우 위험하고 어렵다. 괜히 인도로 다니다 보행자들의 눈빛 레이저에 뒤통수에 구멍이 날 지도 모르고 사고 위험도 있다.
탄천변 자전거 도로도 엄연히 중앙선이 있는데, 가끔 이 선을 오가는 빌런을 만나게 된다. 자전거의 속도감은 자동차에 있는 안전장치가 없음에 따른 것이 커서, 속도감과 위험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헬멧, 장갑 등을 착용하고 타도 사고의 두려움이 작지 않은데 이런 빌런을 만나면 종종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솔직히는 욕이 절로 나온다. 딱 한번 경험한 가벼운 사고 경험도 물적, 인적 피해가 꽤 컸다.
자전거는 다음날 허벅지의 기분 좋은 뻐근함과 함께 다리 힘을 느끼게 해 준다. 그야말로 운동 효과이리라. 출근하여 기본 8시간 정도는 앉아 지내고, 기껏해야 점심시간 일이십 분 산보가 전부인 일상에서 라이딩으로 인한 다리의 긴장감은 다시 한번 운동 효과에 대한 욕심과 운동 의지를 다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