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만드는 집에 불난 사연

속없는 호떡이 준 깨달음

by Phd choi 최우수

오랜만에 아내가 자기 집인 부산에 갔다. 혼자 자기 집에 간 게 결혼 후 20년 만이라니,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의외의 영향력이 놀랍다.

그렇게 아내이자 엄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 딸아이와 주말을 온전히 보내게 됐다. 바빠진 학업에 언제부턴가 같이 못 갔던 마트도 가서 딸아이가 사고 싶은 소소한 것들도 좀 사고, 먹고 싶다는 짜장면도 같이 먹으며 주말 1일 차(토요일)를 함께 보냈다. 마트에서 호떡이 먹고 싶다면서 처음에 들었던 냉동 호떡을 내려놓고 냉큼 집어온 셀프 호떡 재료를 가지고 늦은 오후에 호떡을 만들어 먹었다.

호떡 상자 뒤편을 보면 이처럼 만드는 법이 친절하게 나와있다. 사실 저대로만 하면 대박은 언감생심이고 중박도 쉽지 않으며 쪽박은 면하는 수준의 호떡이 나올 뿐이다.

제대로 된 호떡을 만나기 위해선 적혀있는 조리법 외에 실제 해본 경험 기반 지식과 실습이 필요하다.


처음엔 딸아이와 식탁에 앉아서 만드는 법에 나온 대로 해봤지만, 처음부터 현실과 이론의 차이에 직면했다.

미지근한 물을 넣고 매뉴얼엔 5~10분 정도 반죽을 하라고 했지만, 10분이 넘도록 시키는 대로 해도 반죽의 형태가 영 그간 보아왔던 것과 비슷하게 나오질 않았다. 그순간 내가 모르는 게 더 많은 아이의 체험 학습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 제과 실습에서 강사님이 반죽이 그릇에 안 붙을 정도까지 반죽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대로 조금 더 공을 들여 반죽을 하니, 반죽이 찰지고 상상했던 모양으로 완성됐다.

이젠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공 모양으로 만들어 그 안에 설탕가루를 듬뿍 넣어서 프라이팬에 올려야 한다. 열심히 길거리 호떡 달인들이 하던 걸 본 기억을 더듬어 흉내를 내봤다. 열심히 작업을 반복하여 크기도 두께도 색깔도 다 다른 4개의 호떡이 탄생했다. 그런데 신기하고 황당한 일이 이후에 벌어졌다. 반죽은 다 사용했는데, 반죽 양에 맞춰 넣어줬을 설탕 속이 절반 넘게 남아 있었다.

결국 우린 윗 사진 조리 예 사진처럼 설탕물이 줄줄 흐르는 호떡 대신 설탕 맛이 날듯 안 날 듯하는 '건강식 호떡'을 웃으면서 먹고 말았다.

그래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마침 두 통을 사 와서 남은 한통의 호떡 재료를 보면서 담엔 설탕 남기지 말고 그래서 설탕물이 흘러넘치는 맛난 호떡을 먹어보자고 딸아이와 함께 다짐했다.

그리고, 엄근진 아버지의 직업병으로 한마디 남겼다.


"봐봐, 이렇게 뭐든지 경험을 해두면 다 쓸모가 있어, 네가 예전 제과 실습에서 배운 게 오늘 반죽할 때 큰 쓸모가 있었잖아, 그리고 오늘 호떡 만든 경험으로 다음번엔 정말 맛있는 호떡을 만들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