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깨: 소소하지만 확실한 깨달음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평소 생활과 다른 환경과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체험을 하는 것을 가장 많이 꼽을 것 같다. 또한 새로운 경험과 환경 속에서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과 감정 등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일 테고. 그런 면에서 혹시라도 삶이 지루하거나 재미없다면 그건 혹시 내가 너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진 않은 건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골프도 내겐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릴 때 태권도장을 약 7년 정도 다닌 것과 자전거 타기 외에는 제대로 돈과 시간을 들여서 배워 본 운동은 없으니.
골프는 그렇게 여행처럼 내겐 새로운 세계이고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먹어 본 음식처럼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한다. 그중 나라는 사람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의외의 발견을 했다.
첫째, 역시 난 운동신경과 유연성 등은 평균 이하다. (사실 이건 확인이 맞겠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날, 골프코치의 첫 질문은 내 나이였고, 나이(40대 후반)를 듣고 나서는 많이 늦으셨네요라고 답했다. 연습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봐도 내 수준(초보)의 회원 중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대부분의 운동이 타고난 신체적 재능이 실력과 결과를 좌우하는데 그 점에서도 난 불리했고, 그나마 가진 운동신경과 유연성마저도 이젠 내리막길이니, 힘듬이 몇배로 크게 다가왔다.
둘째, 내가 납득되기 전까진 남 말 잘 안 듣는다.
그렇게 호기심 많은 성격은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해야지?' 하는 의문이 해소가 안되면 왠지 코치의 레슨이 믿음이 안 갔다. 이건 쓰다보니 약간 의심이 많은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변명 하나 추가하자면 12시간 레슨 받은 코치의 실력에도 깊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가 안 혹은 못 알려준 걸 내가 동영상을 통해 독학한 게 더 많으니. 심지어는 나이 많은 회원이 부담스러워서 떨어져 나가길 바라고 그랬나 하는 합리적 의심까지 든다.
셋째, 완벽주의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건 정말 인생 40여 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건데, 난 솔직히 대충대충,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성향이 강했었다. 그런데 이번 골프는 왠지 프로골퍼들의 자세를 몇 번이고 보면서 그대로 해보고자 고생하는 날 보게 된다. 이건 최근에 이런저런 경험과 위기를 겪으면서 습득한 생존 습관에서 유래하여 후천적으로 생긴 성향 같다.
나보다 훨씬 골프 잘 치는 지인이 내 나이 또래 혹은 이상의 골퍼들이 폼은 정말 이상한데 공만 나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외로 그런 사람들은 진정한 골퍼들의 세계에선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유명한 레슨 코치도 나이 들어서까지 쳐야 하는 골프인데 정석대로 배워야 오래오래 부상 없이 칠 수 있다는 말도 공감이 된다.
결국 지난 한 달 동안 골프연습장 휴무일 어쩔 수 없이 못 간 날 하루를 빼곤 매일 골프 연습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매일 연습장에 들어갈 때는 오늘은 이 자세를 이렇게 해봐야지 하면서 마치 숙제하러 가는 마음으로 들어가고, 나올 땐 오늘 안된 걸 내일은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숙제를 받아 나오곤 했다.
언제쯤 자신 있게 사람들 앞에서 '굿! 샷!'을 들으며 멋진 샷을 날릴 진 모르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나에 대해서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본전은 뽑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