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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orean HipHop

연재를 시작하며 : 한국힙합

한국힙합에 대한 고찰

by Alwaystraight

한국 힙합과 진정성 : 리얼 힙합이란 무엇인가.


한국힙합의 역사는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 주류음악으로서 기반을 다지던 힙합음악은 주한 미군 방송(AFKN)을 통해 한국에 첫 발을 내딛는다. 외설적인 동시에 저항적인 흑인의 문화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으나, 당시 한국사회의 ‘사전 심의 제도’는 힙합의 빠른 확산을 저지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 탓에 한국 힙합은 PC통신 동호회와 불법 수입된 음반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는 한국 합합의 주류 소비자 대다수가 ‘AFKN을 청취할 수 있으며’, ‘PC통신 이용이 가능하고’, ‘불법 수입된 음반을 구매할 수 있던’ ‘중산층’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국 힙합의 진정성 논란은 시작된다. 힙합이 태동할 당시 흑인의 감성과 1980년대 후반 한국 중산층의 감성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었다. 중산층 중심의 힙합에는 백인 중심의 사회를 향한 저항정신이 없었고, 가난과 마약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의 수용자들은 진정한 힙합, 소위 말하는 ‘리얼 힙합’에 대한 갈피를 잃었다. 누군가는 문화에 내포된 속성을 잊은 채 저항과 폭력이라는 외연만을 따라 하기에 급급했고, 누군가는 홍대에 모여 문화의 진정성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은 아직까지 이어진다. 힙합을 단순히 폭력적인 문화로 생각하는 경향성과 <쇼미더머니>를 중심으로 형성된 방송과 대중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위의 담론과 무관하지 않다.



홍대와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쇼미더머니>.


앞서 말했듯이, 한국 힙합의 현지화(Localization)과정에서 사람들은 한국 힙합의 진정성을 홍대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 힙합은 그 의미를 언더그라운드 문화에서 찾는다. 다양한 흑인의 저항 대상 중, 자본주의를 차용한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통용된 리얼힙합에 대한 정의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금 위기에 직면한다. CJ라는 거대기업과 <쇼미더머니>라는 성공적인 TV쇼가 갖는 파급력은 언더그라운 힙합과 메인스트림의 경계를 지워버렸고, 한국 힙합은 대중적인 문화로 순식간에 발 돋음 했다.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거대한 움직임은 표면상의 문화를 통째로 바꿨지만, 내부 사정이 바뀌는 시간을 기다려주지는 못했다. 과도기가 시작된 것이다.



넓어진 씬에 비해, 비좁은 수용자의 공간.


얼마 전 스윙스는 한국 힙합 어워즈(KHA) 불참에 대한 이유를 ‘평단과의 고질적인 마찰’로 밝혔다. 추측컨대, 대중성을 등에 업고 넓어진 씬과 갈수록 젊고 다양해지는 아티스트에 비해 아직까지 좁은 평단은 획일적인 기준을 내세우기 때문일테다.


국내 최대 힙합 커뮤니티 <힙합LE>에서는 아티스트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임없이 펼쳐지며, 최근 팔로알토와 식케이는 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잘잘못을 차치하더라도, 이 역시 넓어진 한국힙합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토론장의 수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앞으로의 글 연재를 결심했다. 이 계정은 한국 힙합의 크고 작은 이슈들과 앨범에 대해 토막글의 형식으로 다루고자 한다. 부족한 글 솜씨나마, 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03.28. Alwaystra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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