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손, <나쁜 피>부터 <중등래퍼>까지.
"아마도 3, 4년 화장 얼굴 씹바르고 가요 프로 나와 사랑 타령 줄창 하겠지만 shit,
I love to fuck with 돈 시퍼런 거 보면 환장할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 솔직히"
<나쁜 피> by Mad Clown 中
예술가는 다양한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한다. 도둑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키기 위해서, 마스크가 벗겨지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위해서, 등. 마미손에게 마스크는 일종의 해방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만들어진 마스크는 역설적이게도 그 안에서 새로운 해방감을 만들어낸다. 나를 벗어던질 수 있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해방감.
‘착해 빠졌어’ ‘견딜만해’등의 노래로 대중가수 반열에 오른 매드 클라운은 회사와 계약서 그리고 대중의 시선을 일종의 족쇄로 느꼈을테다. 그는 이에 대한 감정을, 노래 <나쁜 피>에서 자본주의 아래 굴복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드러냈다.
사실 이러한 맥락에서 마미손의 등장은 그리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매드클라운은 마미손 이전에도 Daniel이라는 예명으로 매드 클라운이 뱉을 수 없는 가사들을 뱉어 왔고, <쇼미더머니777> 이전부터 Souncloud에서 활동하던 마미손은 그 연장선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마미손의 ‘미디어 출연’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마미손은 미디어 안에서 미디어와 자본주의에 대한 선전포고를 던진다는 점에서 Daniel과 결을 달리한다.
"한국 힙합 망해라!"
<소년점프> by 마미손 中
<쇼미더머니777>탈락 이후 마미손은 쇼미더머니의 심사위원들을 악당으로 설정하며 ‘한국 힙합 망해라’를 외치는 노래 ‘소년 점프’를 발표한다. 이 노래가 갖는 문화적 파급력과는 별개로, ‘우주의 x밥’인 마미손이 거대한 제도권에 도전장을 던지는, 나아가 최종의 승리를 암시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항이 힙합의 필수조건일 수는 없겠지만, 충분조건이라는 점에서 마미손은 자신의 정체성을 저항에서 찾은 듯 보인다. 그리고 그 저항의 대상은 제도권과 자본주의에 점철된 현 한국 힙합씬이다. 이러한 마미손의 세계관은 소년점프 이후의 노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스템에다가 와사바리 확 걸어버린 새끼”
<Indigo remix> by 기리보이 , The Quiett , 마미손 , 스윙스 中
“고등래퍼 잡는건 아니구 걍
오디션 놀이에 질렷다구”
<16 Freestyle> by 마미손과 친구들 中
마미손의 ‘계획’은 이제 <중등래퍼>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등래퍼’를 모집하기 시작한 마미손은 얼마 전 <16 Freestyle>이라는 노래를 ‘중등래퍼’들과 함께 유튜브와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다.
가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고등래퍼를 잡는 것은 아니’라는 마미손은 이제 확실히 자본주의와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의 캐릭터와 행보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의 가사가 반어적임은 우리 모두가 알 수 있다.
최근 AOMG의 <싸인 히얼>, 더 콰이엇의 <Rap House>와 더불어 마미손의 <중등래퍼>는 미디어와 오디션 프로그램만이 아티스트의 동앗줄인 작금의 세태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단순히 반미디어적 정서를 가사에 녹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19.03.28. Alwaystra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