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긷자」우리의 글은 짧은 문장으로 태어나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컴퓨터 관련 책이라면 CD 하나쯤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익숙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루는 내용이 적지 않아 대부분 두께도 상당했는데, 함께 제공되던 CD도 한몫을 했습니다. 이후, 주로 프로그래밍 관련 책에서 CD를 대신해 자리한 것은 다름 아닌 Git 저장소의 접속 경로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확인할 수 있듯이 적어도 프로그래밍 관련 책을 위한 GitHub(깃허브)나 GitLab(깃랩) 저장소의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그렇게 제공된 저장소는 대부분 책에서 다룬 예제를 그대로 담고 있지만, CD로 제공되던 방식과는 확연히 달라 저자와의 소통 채널로 활용되는 등 여러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독자가 Git에 대한 이해 없이도 부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꼭 컴퓨터 관련 책이 아니더라도 독자에게 Git 저장소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출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Git 기반의 버전 관리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단계가 있다면 그를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이 작은 바람입니다. 우리가 함께 쓰게 될 이야기들은 짧은 문장 한 줄로 태어나 성장하고 또 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Git과 npm(Node Package Manager)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생태계를 알고 난 이후로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듯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처럼 의욕이 충만합니다. 앞으로의 글에서야 계속 Git을 이야기하고 GitHub와 GitLab에 대한 숱한 언급이 있겠지만,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괜찮은 '출판 서비스 하나'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기존 '출판 ERP'를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책 '제작'단계에 적용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독자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bbm(가칭: Brunchstory Book Manager)이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곳 브런치스토리와 연동된 피씨의 특정 폴더에서 OS의 명령 창을 띄워, 아래와 같은 명령어를 써서 바로 출판 가능한 ePub 3.0 형식의 파일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지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이 명령어는 사용자의 장비에서 조용히 실행될 뿐이고, 작가는 브런치 서비스 내의 'ePub 3.0으로 묶어 발행하기'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 마찬가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bbm get -epub3 './book/hello-world'
요즘엔 ‘디지털 문서[화] 설계자(Digital Documentation Architect, 이하 DDA)’로 저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웹 퍼블리셔’라는 용어가 업계 내에서 웹 문서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아우르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면, DDA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지만 ‘웹 퍼블리셔’나 요즘의 ‘프런트엔드 개발자’로서의 역할 범위와는 모양이 조금 다른 범위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저를 정의하고 싶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