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망가지기라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휴일에 몇 시간을 사무실에서 죽치고도 밤을 새워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서였을 거다. 무리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의 경험으로 자존감이 깎이는 정신적 충격이라도 있던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개발자라는 도메인은 여전히 내게 닿는 문이 될 수 있겠지만, 세련되었다기보다는 지은 지 오래된 집의 둥그런 손잡이가 달린 것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10년 전, 나는 작가라는 새로운 문을 만지작거렸나 보다.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타입은 아니라 그저 막연하게 즉흥적으로 내렸을 결정은, 때로는 부끄러움을 만들기도 하고, 엉성함에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불안정함을 일부러 키워두기도 한다.
빚을 돛으로 세우고 이 몸뚱이를 계속 굴리고는 있지만, 어째 덩치를 키우는 것은 빚뿐인 듯하다. 바다에 물으니, 꿈 그거 부채와도 같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작가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들의 사례를 접하니, 그들이 명확히 정리를 해 두지는 않았지만 바다의 이야기가 꽤나 설득력 있다.
꿈은 암호화된 미래의 어느 특정 시점이며, 우리는 그 지점을 향해 아주 더딘 복호화를 진행 중인 건지도 모르겠다. 꿈을 이루는 시점부터 소멸을 향한 속력이 빨라진다면, 나는 기꺼이 꿈의 해독 혹은 상환을 계속해서 미룰 계획이다.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원리금 중 원금의 비율이 커지는 원리금균등상환대출처럼, 어쩌면 여생은 작가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작가`라는 #도메인
#꿈`이라는 #부채 #빚
※ 중도상환수수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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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sapiens://작가.공인식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