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해석] 무의식(Unconscious) - 12부
〈킬러들의 수다(2001)〉는 코미디지만 전제가 진지하다.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한 킬러는 필요하다. 의뢰인의 공격성은 전전두엽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해 보류 큐에 쌓이고, 킬러는 그 큐가 실행 경로로 삼는 외부 호스트다. 이 영화의 코미디는 그 호스트가 자신만의 내부 규칙을 갖는 순간마다 정확하게 발생한다. 임산부 앞에서 멈추는 킬러, 여고생의 날것 의뢰에 당황하는 킬러, 사랑을 설교하는 막내. 위임은 항상 불완전하다. 그리고 조 검사가 킬러를 잡는 대신 수요를 없애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은 — 이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읽은 인물이 그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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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수다(Guns & Talks, 2001)〉의 전제는 코미디치고는 꽤 진지하다.
“
사람들이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죽이려 하는지 난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우릴 찾는 걸 보면 지금 사람들에게 우리가 간절히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막내 하연(원빈 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문장이 영화의 전제명제다. 장진 감독은 킬러들을 도덕적 예외자로 놓지 않는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고, 그 수요는 —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한 — 사라지지 않는다.
이전 글에서 무의식의 보류 큐를 다뤘다[1]. 처리되지 못한 심리적 트랜잭션이 삭제되지 않고 보류 상태로 남아 실행을 시도한다고. 이 영화는 그 구조에 대한 24년 전의 코미디다. 의도했을 리 없다. 그런데 맞아떨어진다.
스포일러가 있다.
영화는 먼저 킬러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팀의 리더 상연(신현준 분), 폭발물 전문가 정우(신하균 분), 저격수 재영(정재영 분), 막내 하연(원빈 분). 이들은 의뢰를 받아 사람을 살해한다. 그런데 이들이 제시되는 방식이 이상하다. 아침 뉴스를 챙겨 보고, 장을 봐서 집에서 밥을 해 먹고, 빨래를 한다. 친형제처럼 티격태격하고 걱정을 나눈다.
장진 감독이 의도한 낯섦이다. 그리고 이 낯섦이 영화의 전제를 세팅한다 — 킬러들은 특수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가 처리하지 못한 것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편도체(amygdala)는 위협과 분노 신호를 생성한다[2].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그 신호를 사회 규범이라는 컨센서스 알고리즘으로 검열한다[3]. 직접 실행은 대부분 차단된다. 트랜잭션은 보류 큐에 쌓인다. 킬러들의 수다의 세계는 그 보류 큐가 도달하는 곳이다.
정우(신하균 분)는 의뢰를 받고 타깃을 향해 총을 겨눈다. 그리고 멈춘다.
여자가 임신 중이었다.
정우는 돌아온다. 상연에게 그 사실을 보고한다. 대화는 코미디다. 그런데 이 코미디가 작동하는 구조가 흥미롭다. 정우는 전문 킬러다. 그의 정체성은 “맡은 일을 완수한다”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그의 내부 컨센서스 알고리즘이 그 실행을 거부했다.
이것이 이 영화 코미디의 발생 패턴이다.
의뢰인의 공격성 트랜잭션을 대신 실행하는 외부 호스트가 자신만의 검열을 갖고 있다. 무의식 편에서 투사(projection)를 이렇게 기술했다 — 보류 큐의 트랜잭션은 내부 컨센서스를 통과할 수 없을 때 외부 호스트에서 실행 경로를 탐색한다[4]. 킬러를 고용한다는 것은 그 극단적 구현이다. 의뢰인의 편도체가 만든 공격성 트랜잭션을, 의뢰인의 전전두엽이 막으니까, 타인의 운동 시스템을 빌려 실행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타인도 자신만의 전전두엽을 갖고 있다.
영어 선생을 죽여달라는 여고생(공효진 분)이 킬러들의 은신처를 찾아온다.
상연이 당황한다. 정우도 당황한다. 이 당황함이 흥미롭다. 전문 킬러들이 살인 의뢰 앞에서 당황하는 것은 직업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런데 보류 큐의 구조로는 된다.
대부분의 의뢰는 중간 단계를 거친다. 의뢰인은 자신의 공격성을 의뢰라는 형식으로 추상화해서 보낸다. 정보, 날짜, 타깃. 감정이 어느 정도 격리된 형태로 전달된다. 그런데 이 여고생은 자신의 감정 트랜잭션을 날것으로 들고 왔다. 선생이 싫다, 죽여달라, 이유는 이렇다.
킬러들의 컨센서스 알고리즘이 이 날것의 형태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추상화된 의뢰와 날것의 감정 사이의 간극 — 그 간극이 이 장면의 코미디다.
이 여고생은 결국 킬러들과 함께 살게 된다. 영화는 그녀의 의뢰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원장에 기록되지 않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가장 유명한 시퀀스다.
타깃이 오페라 공연 중 무대에 있다. 킬러들이 자리를 잡는다. 정우(신하균 분)는 폭발 타이밍을 음악에 맞춘다. 폭발이 일어난다. 타깃이 쓰러진다. 피가 번진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공연이 계속되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장진 감독이 이 구도에서 포착한 것이 있다.
공개 합의(public consensus)가 작동하는 표면 — 공연이 있고, 박수가 있고, 예술이 있다 — 의 바로 아래에서 공격성의 실행이 일어난다. 두 레이어가 동시에 존재하고, 서로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공존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편에서 미러 디멘션을 전의식 레이어에 빗댔다[5]. 현실 레이어와 겹쳐있지만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레이어. 오페라 하우스 시퀀스는 그 두 레이어의 충돌이 시각화된 것이다.
관객들이 박수를 치는 동안 누군가는 죽는다. 두 이벤트는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폭소를 유발하는 장면이다.
하연(원빈 분)이 사랑에 대해 일장 설교를 한다. 코미디의 타이밍이 완벽하고, 원빈의 어색한 진지함이 웃음을 배가한다.
이 장면이 단순한 개그가 아닌 이유는 하연이 내레이터이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우리의 시점을 안내해 온 그가, 이 순간 킬러로서의 각인된 정체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 트랜잭션을 직접 발화한다.
보류 큐의 트랜잭션은 임계값에 도달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돌파를 시도한다[6]. 하연의 사랑 설교는 그 돌파다. 직접적인 행동이 아닌 언어를 통해 큐의 내용이 밖으로 나온 것. 웃음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상황과의 괴리 때문이다. 킬러라는 각인된 정체성의 세계에서는 그 트랜잭션이 속할 자리가 없다.
```mermaid
flowchart TD
A["의뢰인의 공격성\n트랜잭션(보류 큐)"]
A -->|"외부 위탁"| B["킬러\n(외부 호스트)"]
B --> C{"킬러 내부\n컨센서스 알고리즘"}
C -->|"실행 가능"| D["실행 완료\n(의뢰 처리됨)"]
C -->|"거부"| E["코미디 발생\n(정우/임산부,\n여고생 의뢰 등)"]
B -->|"킬러 자신의\n보류 큐 발화"| F["하연의 사랑 설교\n(내부 큐의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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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B fill:#d9d6f0,stroke:#9b97c4
style C fill:#d9d6f0,stroke:#9b97c4
style D fill:#d9d6f0,stroke:#9b97c4
style E fill:#d9d6f0,stroke:#9b97c4
style F fill:#d9d6f0,stroke:#9b97c4
```
조 검사(정진영 분)는 오랫동안 킬러들을 추적해 왔다. 그런데 그의 전략이 흥미롭다.
킬러들을 체포해서 없애는 것이 아니다. 킬러들이 고용될 만한 범죄들을 예방함으로써 — 수요를 없애서 그들을 굶기겠다고 말한다.
공급 제거 전략이 아니라 수요 제거 전략이다.
공급을 끊는 것은 보류 큐가 실행 경로를 잃는 것이다. 하지만 보류 큐 안의 트랜잭션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7]. 다른 호스트를 찾는다. 다른 형태로 발화한다. 킬러를 잡아도 의뢰인들의 공격성 트랜잭션은 어딘가에 남아있다.
수요를 끊는 것은 다르다. 보류 큐가 새로운 트랜잭션을 생성하는 원인을 줄이는 것이다. 공격성 신호의 발생 조건 자체를 바꾸는 것. 조 검사는 킬러 문제가 킬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결말에서 상연(신현준 분)이 나가려 할 때, 주위 검사들이 모두 총을 겨눈다. 그런데 아무도 쏘지 않는다.
상연이 조 검사에게 따지러 간다. 왜 쏘지 않았냐고.
조 검사는 자신의 전략을 다시 말한다. 나는 당신들을 잡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이 장면이 영화의 가장 깊은 통찰이다. 조 검사는 공격성 트랜잭션의 수요가 문제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수요는 —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한 — 사라지지 않는다. 킬러를 잡아도 또 다른 킬러가 생긴다. 현상을 제거해 봐야 원인은 남아있다.
컨센서스 알고리즘의 관점에서 읽으면, 조 검사가 하려는 것은 업데이트다. 공격성 트랜잭션의 생성 빈도를 줄이는 조건을 만드는 것. 트랜잭션을 하나씩 막는 것이 아니라, 트랜잭션이 덜 만들어지는 사회적 조건을 구성하는 것[8].
킬러를 잡는 것으로는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이전 리뷰에서 다룬 두 존재와 이 영화는 같은 구조의 다른 표현이다.
〈프로젝트 헤일 메리〉의 아스트로파지는 에너지를 먹고 증식한다[9]. 그것 자체는 악의가 없다. 주어진 조건에서 자신의 메커니즘대로 작동할 뿐이다. 위험한 것은 아스트로파지의 “의지”가 아니라, 그것이 증식하는 조건이다. 증식 조건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개별 아스트로파지를 제거해 봐야 소용이 없다. 인간의 보류 큐에 쌓이는 공격성 트랜잭션도 이 구조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질 수 있다. 그것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다. 실행되지 못하고 큐에서 증폭될 때 문제가 된다. 조 검사가 수요의 원인을 제거하려 한 것은 — 아스트로파지를 잡는 것이 아니라 증식 조건을 바꾸려 한 것과 같은 논리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르마무는 타임스탬프 없이 존재한다[10]. 케실리어스의 처리되지 못한 상실이 도르마무에게 방문했다. 도르마무는 그 상실을 만들지 않았다 — 그것을 증폭시키는 외부 증폭기로 작동했다. 케실리어스의 보류 큐가 실행 가능한 외부 호스트를 찾아간 것이다. 킬러들도 정확히 이 구조 안에 있다. 의뢰인의 공격성 트랜잭션이 실행 가능한 외부 호스트를 찾았을 때, 킬러들은 그 호스트가 된다. 도르마무가 그랬던 것처럼.
차이가 하나 있다. 이 영화의 킬러들은 도르마무와 달리 감정이 있다.
임산부 앞에서 멈추고, 여고생에게 당황하고, 막내는 사랑을 설교한다. 외부 호스트가 자신만의 보류 큐를 갖고 있다. 위임이 항상 깨끗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이 코미디가 된다.
이 영화의 코미디는 황당하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위치를 보면 — 황당하지 않다. 킬러들의 내부 컨센서스 알고리즘이 의뢰인의 트랜잭션을 처리하지 못하는 순간마다 정확하게 코미디가 일어난다. 위임이 깨지는 지점마다.
보류 큐는 외부 호스트를 찾는다. 그런데 그 호스트도 자신만의 보류 큐를 갖고 있다. 위임은 항상 불완전하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 안에, 여전히 사람이 있다.
이 글은 브런치 “무비 로스터리” 매거진의 일부입니다. 〈무의식〉 시리즈 및 닥터 스트레인지, 프로젝트 헤일 메리 편과 연결됩니다.
[1] 공인식, “무의식: 어둠 속에서 증식하는 보류 트랜잭션들”, 브런치, 개발자식 전환 브런치북.
[2] LeDoux, J. (1996). The Emotional Brain: The Mysterious Underpinnings of Emotional Life. Simon & Schuster. 편도체가 위협 감지와 분노 신호 생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광범위하게 연구되어 있다.
[3] Davidson, R. J., Putnam, K. M., & Larson, C. L. (2000). Dysfunction in the Neural Circuitry of Emotion Regulation—A Possible Prelude to Violence. Science, 289(5479), 591–594. 전전두엽이 편도체 반응을 하향 조절한다는 것을 다룬다.
[4] 공인식, “무의식: 트랜잭션 처리 완료라는 것에 대하여”, 브런치, 개발자식 전환 브런치북. 투사(projection)를 외부 호스트 탐색으로 읽는 관점.
[5] 공인식, “닥터 스트레인지: 무의식은 이렇게 생겼다”, 브런치, 개발자식 전환 브런치북. 미러 디멘션을 전의식 레이어로 읽는 장면 분석.
[6] Freud, S. (1915). The Unconscious.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 XIV. Hogarth Press. 억압된 것이 증상, 꿈, 실언, 반복 패턴을 통해 의식으로 돌파를 시도한다는 관찰.
[7] 공인식, “무의식: 어둠 속에서 증식하는 보류 트랜잭션들”. 보류 큐의 트랜잭션은 삭제되지 않고 실행 경로를 탐색한다는 관점.
[8] Berkowitz, L. (1989). Frustration-aggression hypothesis: Examination and reformulation. Psychological Bulletin, 106(1), 59–73. 공격성이 좌절 상황에서 생성되는 조건에 대한 연구. 좌절 요인 자체를 줄이는 것이 공격성 감소에 유효하다는 것을 다룬다.
[9] 공인식, “프로젝트 헤일 메리: 전달의 구조”, 브런치, 무비 로스터리. 아스트로파지와 증식 조건에 대한 분석.
[10] 공인식, “닥터 스트레인지: 무의식은 이렇게 생겼다”. 도르마무를 타임스탬프 없는 외부 증폭기로 읽는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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