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03일 차] 김신지 <제철 행복>
새벽에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일어났다가 일어난 김에 <제철 행복> 책을 펼쳐 밑줄친 부분을 다시 읽는다.
9월 22일 무렵은 24 절기 중 "추분" (가을 추, 나눌 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
며칠 전 이 부분을 읽고 우리 동네 계수나무가 어디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달콤한 향이 나뭇잎에서 난다고(?) 이런 의문과 궁금증을 품었다.
그동안 워낙 주변에 뭐가 있는지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고 살았던 세월이라 우리 동네에 계수나무가 있는지 설사 있어도 그냥 지나쳐서 그게 무슨 나무인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김신지 작가의 제철행복을 절기에 맞춰 되도록 읽고 다시 복습하며 제철 숙제를 하는데 삶에 치이다 보면 그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이런 날 집에만 있는 건
오늘 이용 기한이 만료되는
날씨 쿠폰을 안 쓰는 것과도 같다
작년에 이 책을 만나면서 나는 잊고 살았던 제철 감각을 찾았다.
모두 다 그저 그런 매일의 같은 풍경이었다가 어느새 벌써 계절이 바뀌었나... 싶었던 무감각했던 지난 세월들.
써보지 못한 계절 쿠폰들이 빛바랜 채 버려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이제는 매일의 하늘, 구름, 바람, 꽃, 나무, 새, 곤충, 달, 햇빛.... 그림자. 그 모든 것들을 내 삶 안으로 들어왔다.
매일의 삶이 풍요롭고 새롭고 아름답다.
이렇게 병실에 있으니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 나무가 더 소중하다.
추분이 되면 김신지 작가는 노을이 예쁜 서쪽으로 캠핑을 간다고 한다.
해가 끝까지 질 때까지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움을 느낀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1년 중에 우리가 해가 뜨는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는 시간, 해가 온전히 사라지는 시간을 여유롭게 지켜보는 날이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
추분이 지나면서 더위가 한풀 꺾어지고 어느새 스산한 가을이 시작될 것이다.
한창 풀벌레 소리가 자연의 자장가처럼 울릴 때 밤산책을 하며 풀벌레 울음을 녹음하려던 내 계획이 입원으로 인해 틀어졌지만 며칠 후에는 유리창을 통과하지 않고 바라보는 구름과 달, 풀벌레 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피검사 염증 수치는 떨어졌지만 엑스레이상에서는 아직 호전이 없다고 하니 며칠 더 입원해야 할 것 같다.
호흡기 치료는 속이 울렁거린다고 말했더니 좀 줄여주신다고 한다. 지금은 세 종류의 약을 4 캡슐 넣고 하는데 병원생활중에서 제일 견디기 어려운 게 이 시간이다. 이걸 하루에 세 번 40분씩 한다니...
오늘은 그래서 호흡기 치료 들어가기 전에 글을 써서 발행한다.
어제 호흡기 치료하면서 해봤더니 너무 힘들어서 세 번에 끊어서 써야 했기에 아예 마음 편하게 글을 발행하고 치료를 받기로 했다.
참, 김신지 작가의 추분의 제철 숙제는 다음과 같다.
- 바닥에 떨어진 갈색 잎에서 달고나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 발견하기
- 일몰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나만의 '노을명당' 찾아보기
- 밤 산책이 제철, 고궁의 달빛기행이나 별빛야행 일정 알아보기
추가로 내가 정한 제철 숙제는 다음과 같다.
- 노을에 물든 구름 사진 찍기
- 밤산책하며 우리 동네 풀벌레 소리 녹음하기
병원에 갇혀있으니 자연이 더 그립고 일상이 더 소중해진다.
모두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제철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나날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