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02일 차] 크리스티앙 보뱅 <그리움의 정원에서>
폐렴 입원 2일차
진통제 효과가 사라지기전에 기록해 보는 오늘의 독서.
계속 기절하듯 잠을 잤다 깼다 꿈을 꾸며 깨어나는데 눈이 띵!하고 5시에 떠졌다.
크리스티앙 보뱅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이어 읽는다.
보뱅이 지슬렌을 보내고 그녀를 추모하며 쓴 글들.
한문장 한문장이 너무 아름답고 애잔하고 사랑으로 넘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에 빠져있을 때 우리는 남겨진 가족들에게 "산 사람은 살아야지..."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라 말한다. 하지만 보뱅은 죽음도 삶만큼 충분히 부드럽고 열정어린 목소리로 말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필연성에 대한 진부한 모든 말들을 전염병처럼 피해야만 한다는 것을. 또한 나는 깨달았다.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있어서도 다른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아야하며, 죽음을 말할 때는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열정 어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죽음의 고유한 특성과 사랑의 감미로움에 어울리는 세밀한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34면)
보뱅은 지슬렌의 작은 습관, 그녀의 방식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모아 글을 써놓았다.
"가볍게 춤추듯 손목을 움직여 네 의견을 강조하거나 혹은 오히려 말의 무게를 덜어버리는 네 방식. 형편없는 식사를 준비하거나 혹은 오히려 네 남편에게 요리를 맡겨버리는 네 방식. (...)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네 방식. (...) 품위를 잃지 않은 채 화를 내며 욕을 하는 네 방식,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인용문들로 공책을 새카맣게 채우던 네 방식. 결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으면서 모든이에게 속하는 네 방식. 자유로워지기 위한 네 자유로운 방식, 사랑하기 위해 네가 사랑하는 방식. 오, 지슬렌, 그렇게도 많은 것을 담기엔 관은 터무니없이 작기만 하다." (35~36면)
나는 네가 천국에 아름다운
무질서를 심어 놓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네가 천국에 아름다운 무질서를 심어 놓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곳에 너의 추종자들, 식사를 준비하는 천사와 책을 읽어주는 또 다른 천사 그리고 매일 저녁 7시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와 함께하고 있다고." (37면)
병원에 입원해서 누군가의 추모글을 읽으니 마음이 묘하지만 그래도 삶과 죽음은 이어져있으니까 오히려 이때에 죽음을 더 진지하게 바라볼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보뱅은 사랑하는 지슬렌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의 많을 것들을 담기에 그녀의 관은 터무니없이 작다고 말한다.
내가 지슬렌이라면 나의 어떤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랄까?
회색펜으로 책에 밑줄을 긋고 좋은 문장에 올리브색 형관펜으로 덧칠하는 내 방식.
책은 표지, 목차, 글자체, 종이질까지 책과 결이 맞아야 예쁘다고 생각하는 내 방식.
산책길에 하늘, 구름, 들꽃, 나무 사진찍기위해 몇발자국 마다 멈춰서는 내 방식.
흐드러지는 풀잎과 나뭇잎을 그리길 좋아하는 내 방식.
좋아하는 노래는 한 곡 반복으로 며칠씩 듣는 내 방식.
이것말고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내 방식은 어떤것들이 있을까?
그리고 내 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그들만의 방식은 어떤게 있었을까?
생각보다 빨리 떠오르지않는다.
좀 더 세심하게 사랑하는 이들을 더 관찰하고 기억하고 싶다.
오늘 이 독서 기록을 하는데 세 번에 걸쳐서 글을 쉬었다 써야했다.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힘든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조금이라도 읽고 내 삶을 기록한다.
모두 모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