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주에서 펼쳐지는 우주인 이야기

[읽고 쓰는 삶 216일 차]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

by 윤서린

좋아하는 것에 대해 떠드는 것은 소음이 아니라 행복이다.

요즘 독서 관련 팟캐스트를 열심히 듣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신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관심 없던 분야의 책도 '한 번 읽어볼까'라는 마음이 생긴다.


에세이, 산문 위주의 초보독서가인 내가 드디어 장편소설을 집어 들었다.

그들에게 일명 '책 영업'을 당한 것이다.

전혀 읽을 계획에 없던 SF소설 장르. 무려 691페이지.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우주생명체의 귀여움(?)과 주인공들의 '우주애(?)'를 느끼고 싶어서다.

그들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 상황을 알고 싶고 어떤 마음인지 같이 신나게 떠들고 싶었다.


아마 서점에서 이 책을 봤다면... (물론 평소 그쪽 장르 쪽에 갈 일도 없지만) 두께감에 겁을 먹고 첫 페이지 등장하는 '우주선 추진 모드 구조도'에 미련 없이 책을 덮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석희 번역가가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page-turner)'라고 장담했고 영화로 개봉한다니 관람 전 미리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과연 그들의 우정과 프로젝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맷 데이먼 주연 영화 <마션>의 원작 소설을 쓴 그 작가다.

아, 물론 나는 그 영화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독서를 하면서 <마션>도 책으로 먼저 읽어보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인물 성격이 정말 재미있게 글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게 영화에서 연기로 얼마큼 구현될지 모르겠다. 그의 유머러스함이 갑분싸 개그처럼 느껴질까 벌써 걱정이다.

아... 이래서 원작을 읽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실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의 감정선이 세세하게 그려지지 못하니까.


밑줄치고 잘 모르는 과학 상식을 검색하며 읽다 보니 첫날 저녁과 오늘 새벽에 90페이지를 틈틈이 읽었다. 고무적인 수치다.

내가 과학적 상식이 좀 있었으면 그냥 휘리릭 그렇구나 읽으면서 넘어가면 되는데 '단위'조차 가늠이 안되니 자꾸 독서를 하다가 검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럼에도 재미있다. 문장 옆에 계속 ㅋㅋ를 써넣는다.


아직은 초반이라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 묘사가 주를 이루지만 뒤로 갈수록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몇 문장만 독서기록으로 남긴다. 물론 내가 감명(?) 받은 웃음 유발 문장과 울컥한 스토리가 있지만 그것은 스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생략한다.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


뭔가에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매달리면 인생이 좀 쉬워지기는 하니까.


힘들지만 할 만하다.
또 한 단.
그래,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
천천히, 꾸준하게


그 어떤 것도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어린애처럼 운다.


주인공이 우는 장면에서 눈이 시큰하다.

차라리 기억나지 않길 바랐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아껴야 잘 산다는 거겠지


아니... 이 말이 이렇게 슬픈 문장이었다니. 나 울어....


이 세계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지 못한다면
세계가 존재하는 의미가 뭐겠는가?


이 문장은 너무 묵직해서 어깨와 마음이 무거워진다.

망가져가는 지구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우리에게 책임감을 묻는 문장 같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차츰 기억을 되찾는 주인공.

그는 과연 심우주를 떠돌아다니다 사라지게 될까.

아니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귀환하게 될까?

귀여운(?) 우주생명체와는 어떤 우정을 쌓을까.

뒤로 갈수록 궁금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 명절에는 이 책을 끼고 살아야겠다.

삼시세끼 5일 동안 시부모님 밥상 차리며 틈틈이 하는 독서라니... 나름 맛깔날 것 같다.


방금 검색하다 영화 예고편을 봤는데 소름과 함께 울컥..... OST가 내가 좋아하는 "Sign of the Times"이라니... 이 영화 봐야겠다.

앗!! 황석희 번역가님 인스타 찾아가 보니 역시나 이 영화 번역에 참여하셨네. 이 책 소개하면서 애정 듬뿍 담아 소개하시며 기회가 오면 꼭 하고 싶다고 하시더니!

2026년에 개봉이라는데 제발! 제발! 원작 느낌이 잘 담기길.


* 헤일메리 : 미식축구에서 경기종료직전 터치 다운 한방을 노리고 돌진하며 롱패스를 하는 공격전술로 "최후의 수단"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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