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33일 차] 김호연 <김호연의 작업실>
새로운 작가를 아는 건 참 의외의 기회에 찾아온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가 그렇다.
그를 알아가는 순서는 이렇다.
나에게 그가 처음 인식된 것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그의 책을 본 것,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아 몇 가지 에피소드를 귀동량해서 들어본 것, 나의 동네친구가 읽어보라고 빌려줘서 내 책장에 열 달 가까이 얌전히 꽂혀있다는 것, 글쓰기 모임에서 다른 작가님이 그 선물 받아 읽고 좋다고 말한 것, 독서팟캐스트에서 김호연 작가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듣게 된 것, 어제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고른 것이다. 심지여 작가님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가 책을 펼쳐서야 알았다. 아.. 이분이 그분이야?!!
이 책을 펼쳐서 읽으며 든 생각은 팟캐스트에서 말했던 작업루틴과 집필장소가 이런 곳이었구나 하며 김호연 작가의 말이 다시 상기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치열하게 글을 썼다는 것도.
팟캐스트를 들으며 그의 작업에 대해 듣고 약간의 오해도 풀고 (마케팅으로 성공했다는) 시간이 되면 언젠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던 터였다.
돌고 돌고 돌아 김호연 작가를 이제야 조금 알고 싶어진 것이다.
아... 작가를 알고 싶어 졌다는 것이지 소설을 당장 읽겠다는 건 아니다.
집중력이 짧은 나에게 소설은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책 내용 중에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해야 한다고 썼던데 내가 이 책을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 중에 뽑은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사적인"이라는 단어. 뭔가 비밀스러운 그 사람만의 어떤 것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작가는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 작업실 구하기 3대 조건
고립될 수 있는 곳.
금전적 부담이 적은 곳.
주변에 휴식처가 있는 곳. (작가는 산책이 가능한 곳을 선호한다)
예) 도서관, 공공작업실, 카페, 고시원, 소호 사무실, 공유 작업실
작가는 보통 카페에서 글을 쓸 때는 "집중 집필"만 그곳에서 알차게 한다고 한다.
가끔 완성된 원고를 출력해서 카페에 가 스스로 편집자가 되어 원고를 다시 고쳐보기도 하는데 그가 2년간 소설편집자로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하고,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지속되어야 하며, 납득할 만한 결말을 제공해야 한다. 대중 상업 소설을 지향하기에 문학성보다는 가독성을 추구한다.... 책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오며 자신만의 질문을 품게 하려 애쓴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탐구하고 공감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믿기에, 내 소설이 독자들의 삶을 살피는 계기가 되고 '인생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쓴다.". 17면
작가는 집필 생활의 영양제 <글쓰기 금언>을 소개한다.
원시 부족은 이야기꾼을 존중했지만,
이야기가 좋지 않으면
그를 죽여 저녁으로 먹었다.
- 윌리엄 에이커스 <시나리오 이렇게 쓰지 마라>, 2011. 서해문집
정말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글을 쓰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는, 혹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하는 문장이다.
글을 쓰려거든 그만큼 사력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이 문장을 제일 처음에 소개한 것 같다.
"글을 쓸 용기를 낸다는 것은 두려움을 지워버리거나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현직 작가들은 불안감을 씻어낸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속이 울렁거려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_ 랄프 키스 <작가의 시작>. 2016.
진정한 용기는 겁내지 않거나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럼에도 해나가는 것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부족함에도 하루 몇 줄이라도 내 생각을 써본다는 것, 나를 드러내 보인다는 것,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그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것이 나의 용기다.
수많은 글 속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글이 늘지 않아 주눅이 드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언제까지나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간은 동료 인간이 맞닥뜨린 궁지가
속속들이 묘사될 때 감동을 받는다
-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 수업>. 2018
무신경, 상상력 부족, 솔직하지 못함.
이것은 한마디로
진성정 없는 작업 태도다
- 김호연, 도러시아 브랜디의 문장에 덧붙여 쓴 글.
"글 쓰는 일을 받아들여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이 강박관념이 되기 전에는, 그 사람은 작가가 아니다. 글 쓰는 일은 강박관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말하고 잠자고 먹는 일처럼 본질적이고 생리적이며 심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_ 니위 오순다레
어제 도서관에서 118페이지까지 읽으며 몇몇 중요한 문장과 내용을 독서기록으로 굿노트에 타이핑했다.
오늘은 굿노트를 펼치지 않고 다시 책을 훑어보며 아침 독서글을 쓴다.
역시나 화면에 정리된 글보다 종이를 만지면서 눈으로 책을 보는 게 좋다.
빌린 책이라 밑줄을 못 그으니 놓친 문장들도 있겠으나 그것도 나름도 괜찮지 싶다.
어제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돌아와서 과연 내가 그 요점정리를 다시 읽을까 의문이 들었다.
중간중간 내 생각을 짧게 기록하기도 했지만 사실 국가고시 보는 것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과연 소장하지 못하는 책은 어떻게 독서기록을 효율적으로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소설책도 이런 식으로 읽으니 진도가 더디다.
등장인물 관계도 그리고 캐릭터 파악하고 사건 전환이 되는 문장 찾고, 떡밥 회수 문장 찾아서 연결하고...
모르는 단어 찾고 그러다 안드로메다로 잠시 떠났다가 결국은 소설책을 덮는다.
과연 내가 <불편한 편의점>을 읽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김호연 작가는 팟캐스트와 이 책으로 나와 내적 친밀감을 좀 쌓았다.
친해지면 그 사람의 글이 궁금할 것이고 그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도 읽어가면서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쓴 글이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하는 그런 짜릿한 순간의 경험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