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46일 차]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 <사피엔스>
오늘로써 <사피엔스> 완독 도전 4일 차다. 드디어 올초에 읽었던 120페이지를 돌파했다. 그동안 3일에 걸쳐 재독 하면서 정리하느라 지지부진했는데 조금 속도를 내보려고 한다.
<사피엔스>에 대한 독서노트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읽는 시간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병렬독서가가 한 책만 파려니 골치가 아프다.
그날그날 기분과 날씨에 따라서 책을 골라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감성 긴급 수혈을 하기 위해 며칠 전 읽기 시작한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펼쳐 욕심을 버리고 딱 한 장만 읽는다.
이 책은 그가 투병하며 생이 끝날 때까지 써 내려간 글을 모은 책으로 간결하고 담담한 문장 속에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책 속의 문장과 나의 생각을 조금 덧대본다.
뜻 없는 것들에게도 소리가 있고 그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바람 부는 소리, 비 내리는 솟리, 물 흐르는 소리......
사람의 마음도 본래 아무 뜻 없이 제 갈 곳으로 흐르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 마음 안에 그토록 많은 뜻과 의미를 품고 담아 사람도 세상도 그토록 시끄러운 걸까.
_44면
자연 속에 있다 보면 한없이 평온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일까.
아등바등하지 않고 제 갈 곳으로 제 할 일에 집중하며 제 시간을 사는 것.
자연 속에서는 내 안의 속 시끄러움이 잦아들고 작고 고요한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지금 같이 낙엽이 떨어지고 빈자리를 보여주는 나무들을 바라보면 온전한 '나'라는 나뭇가지는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진다.
한바탕 쓸고 간 빗줄기에 흩어진 낙엽들.
휴대폰 안에 담는다.
사진은 마술이다.
찍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사건이 된다.
_ 45면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거의 모든 기록이 사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별거 아닌 것도 찍고 찍고 또 찍는다.
동네를 걷다 마주치는 낡은 대문이나, 벽에 비친 나무의 그림자, 시들어가는 꽃과 하늘의 구름,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의 진물이나 벌레 먹은 낙엽, 멀리 날아가는 새의 날갯짓 같은 것들.
특히 이름 모를 꽃 사진과 내 그림자는 나의 주된 피사체다.
꽃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나만의 시그니처 "꽃의 프러포즈"로 사진을 계절마다 찍다 보면 이 모든 계절에 나는 항상 고백을 받는 기분이다.
사진은 김진영 작가의 말처럼 지쳐있는 나의 일상에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마술'이다.
깊어가는 가을과 겨울의 입구에서 더 많은 사진으로 '나만의 사건'들을 만들어 봐야겠다.
<사피엔스>는 한 시간에 30페이지가량 읽었고 완독까지 453페이지 남았다.
독서모임전까지 16일 정도 남은 상황이기에 하루에 30페이지를 읽는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이럴 때는 출근도 안 하고 살림도 안 하고 책만 읽고 싶다.
요즘 회사 그만두고 책 읽고 리뷰하는 북크리에이터가 너무 부럽다.
하지만 그들도 독서가 일이 되면 힘들겠지...
<사피엔스>는 내용이 너무 방개해서 완독 전까지 독서기록은 포기하고 인증만 남겨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