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와 '스스로'라는 말

[읽고 쓰는 삶 247일 차]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사피엔스>

by 윤서린

눈뜨자마자 손글씨로 모닝페이지를 쓰다 보니 어느덧 1시간 가까이 흘렀다.

원래 루틴대로라면 태블릿이나 휴대폰 화면의 날짜와 시간이 보이게 오늘 읽을 책을 나란히 놓고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인데 어제부터 그 과정을 포기했다.

휴대폰 화면에 뜬 시간만 바로 캡처하고 비몽사몽간에 모닝페이지를 쓴 후 책상에 앉았다.


보름간 <사피엔스> 완독 도전 중이니 아침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야 한다.

그전에 머리랑 마음을 말랑 거리게 하는 철학자 김진영의 투병일기를 읽는다.

딱 한 장만.

오늘 읽은 글 역시 좋다.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베란다에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본다.

또 간절한 마음이 된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_46면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다. 여러 번 강의했고 여러 번 읽었던 텍스트.

그런데도 우연히 펼쳤을 때 문장들이 눈을 뜨면서 빛났다.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빛처럼. 그래도 첫 문장의 빛은 여기 해맑은 아침 햇빛이다.

"댈러웨이 부인은 꽃은 자기가 스스로 사겠다고 말했다"

_47면


이 책을 읽다 보면 담담히 자신의 생의 마지막을 받아들여야겠다는 마음과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길 소망하는 김진영 작가의 마음이 글자 하나하나에 묵직하게 담겨있다.

이 글을 읽자 사람들이 흔히들 인용하는 말 '우리가 산 오늘 하루는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는 감사하게도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다. 이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미친 듯이 앞만 보고 질주하고 싶지는 않다. 천천히 걷다가 전력질주도 해보고 숨이 턱 하고 차오르면 잠시 쉬기도 하고 주변에 무엇이 있나 둘러도 보고 조용히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혹은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며 인생의 길을 걷고 싶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한 번 더"가 아닌 "이제 됐다"라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김진영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의 첫 문장을 소개한다.

"댈러웨이 부인은 꽃은 자기가 스스로 사겠다고 말했다"

참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나를 위한 꽃은 내가 스스로 산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내가 나한테 선물한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지인들에게 마음과 꽃으로 인사를 전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을 읽고 여성의 경제적 독립, 자기만의 공간에 대해 꿈꿨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고단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쓴다.'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사서 읽고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 내가 나 스스로를 위해 하는 일들이다. 앞으로도 그런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출근 전 한 시간 정도 <사피엔스>를 읽고 인증 사진을 찍어 독서기록을 마무리하려 한다.

오늘 읽는 부분은 농업혁명에 따른 동물의 가축화인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잔인해서 놀랍다.

인간들의 편리와 먹거리를 위해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통제받고 고통받는 동물들이 이야기에 마음이 무겁다. 이 책을 읽으며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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