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괴어진 마음의 무게

[읽고 쓰는 삶 248일 차]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사피엔스>

by 윤서린

사람의 생각이 참 단순한 건지 나라는 사람이 더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부딪혀서야 깨닫게 될까.


<사피엔스>를 하루 30장씩 읽어 내려가서 완독 하겠다는 호기로운 다짐이 며칠 만에 사그라든다.

이틀 전 부족한 수면 탓인지 비염약을 먹어서인지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모닝페이지 한 장을 겨우 쓰고 기절했다가 다시 일어나서 책 몇 장 읽고 다시 비몽사몽이다.


다행이라면 <사피엔스> 독서기록을 포기하겠다고 선언(?) 한 후 독서가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사피엔스를 읽기 전 늘 가벼운 마음으로 철학자 김진영 님의 애도 일기 <아침의 피아노>를 한 장만 읽어야지 마음 먹지만 그것 또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울림이 있는 묵직함이 마음에 가득 찬다.


짧은 글에서 깊은 사유를 건드리는 김진영 작가의 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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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아침의 피아노>


물은 자면서도 쉬지 않고 흐른다는 걸 알았다. 흐른다는 게 산다는 건지도 알았다. (…) 두 팔을 벌리고 가슴을 내밀고 심호흡을 할 때 종교인들이 왜 십자가를 사랑이라고 부르는지도 알 듯했다.

_ 48면


늘 턱을 괴고 앉는 것이 오래된 마음의 습관이었다. 그럴 때 마음은 근심으로 무겁거나 아프거나 외로웠다. (…) 마음이 너무 무거운 것은 이미 지나가서 무게도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너무 가벼운 것 또한 아직 오직 않아서 무게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모두가 마음이 제 무게를 잃어서다. 제 무게를 찾으면 마음은 관대해지고 관대하면 당당해진다.

_ 5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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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투병 중 계곡을 찾았고 그곳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여러 생각들에 잠긴다.

그가 평소 턱을 괴는 습관이 있다는 것은 신체의 습관이자 더불어 마음의 습관이기도 한 것 같다. (그의 책 표지 사진을 다시 펼쳐보며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


작가의 말처럼 근심이 쌓여 마음이 무거워질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마음처럼 대할지도 모른다. 마음은 형체가 없는데 너무 무거웠을 때 혼자 두면 바로 서있지 못하고 고꾸라질 것 같아서 나의 한 손을 지팡이처럼 빌려 넘어지지 않게 받쳐주는 것이다.


작가는 마음이 너무 무거운 것은 미련과 욕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가 마음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산다는 말일테다.


미련과 욕망을 털어내고 마음이 제 무게를 찾게 해 주어야만우리의 손은 더 이상 지팡이가 아니라 자유를 찾고 다른 것들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일종의 감사, 사랑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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