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49일 차] 김진영 <이별의 푸가>
철학자의 사랑과 이별은 어떻게 기록될까, 그 의문은 김진영 작가의 <이별의 푸가>를 통해 해소된다.
어린 시절, 나만의 작은 골방이 있었다.
나는 자주 그 골방에서 슬픈 동요를 불렀다.
그러면 그리워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 눈물이 행복했다.
이 단상들은 모두가 그 골방에서 태어났다.
_ 김진영 <이별의 푸가>
한 사람을 운명처럼 만나 사랑했지만 그 사람은 늘 누군가의 친절함이 필요했다면, 그녀가 사랑하고 싶었던 존재는 바로 그녀 스스로일 뿐이었다면, 남겨진 사람은 어찌해야 할까. 슬픔이 예견된 그들의 만남부터 읽어본다.
당신은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쿤데라는 말한다. 모든 사랑의 만남은 떠내려옴과 건짐의 오래된 신화라고. 누군가가 대바구니에 실려 떠내려오고 누군가가 마침 그때 강가에 있다가 그 대바구니를 건진다.
우리도 그랬던 거야. (...) 당신은 나를 건지고 나는 당신을 건지고.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마침 그때 거기에'라는 오래된 우연의 신화로 시작된 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 내가 그렇게 깊고도 깊이 당신을 잠재울 수 이는 단 하나의 사람이라는 자랑스러움으로 황홀해진다. 그리고 그 자랑스러움과 기쁨으로 프루스트의 사랑론을 이해한다.
(...) 또 바르트의 독서론을 이해한다.
_ 김진영 <이별의 푸가>, 15~17면
서로가 서로에게 건져진, 구원된 영혼들은 사랑을 노래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기 안의 다른 '나'를 발견한 기쁨에 취해서.
다정함, 부드러움 같이 내 안에서 작게 살아 숨 쉬던 것들이 비 온 뒤 불쑥 자라난 새싹처럼 푸릇해서 나조차 내가 싱그러워지는 느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대나무처럼 순식간에 커져서 숲을 이룬다.
그렇게 부지불식간 커져버린 기대는 어느덧 눈부신 햇살을 가리고 그 기대의 그림자가 내 발목을 잡는다. 저 멀리 앞서 다른 길로 접어든 사랑을 보면서 나는 그만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다시 내 안으로 숨는다.
김진영 작가의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아주 먼 곳까지 잠깐 떠내려갔다 돌아왔다. 그 순간을 오려내어 연재북 <마음밭 떨어진 시의 씨앗>으로 옮겨 [재채기]라는 이름으로 붙여보며 아침 독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