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53일 차] 은유 <쓰기의 말들>
여수를 다녀오고 나서 수면 패턴이 다시 깨지고 아침 시간이우왕자왕 난리다.
잠이 안 오니 글 한 편 써야지 했다가 다섯 시까지 잠들지 못하다 겨우 쪽잠을 자고 책 조금, 모닝페이지 한 장을 쓰고 출근한다.
주차장에서 무릎 위에 키보드를 올려놓고 독서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창밖으로 커다란 은행나무가 햇빛을 받아 예쁘다. 안 그래도 어제 노란 은행잎 하나를 주워 책사이에 꽂아뒀는데 어느새 빳빳하게 제법 책갈피다운 면모를 보인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은유 <쓰기의 말들>을 한 페이지 읽고 가볍게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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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책을 읽다가 자기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시골의 자연 풍경에 대한 근사하고 기품 있는 묘사를 볼 때마다 그 글에 쉽게 매료되곤 했으며 그 감수성이 부러운 나머지 귀촌을 해야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도시에만 자란 자신의 시야의 협소성을 넓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를 생각하면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는 도시를 부정하고 자연을 동경한 것이 아닌 “자기 삶의 토대”인 도시에 충실하며 특유의 ‘닫힌 느낌’을 파고들어 정체성을 구축했음을 그의 평전을 통해 알았다고 한다.
은유 작가는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우리들은 각자 자신이 감각하는 세상이 있고 그렇기에 쓸 수 있는 글도 다르다고 말한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누구나 글감이 있다는 것.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뿐이랴. 글쓰기는 만인에게 공평하다.” _은유 <쓰기의 말들> 49면
은유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때론 공감으로 때론 자기만의 이야기로 태어날 수 있다. 누군가의 소재와 글감을 부러워하기보다 누구보다 잘 쓸 수 있는 자기만의 글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게 어떨까 싶다.
깊어가는 계절, 뭐라고 쓰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