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는 삶 257일 차] 프란츠 카프카 <위로 없는 날들>
책을 펼쳤을 때 우연히 내가 쓴 메모가 있으면 반갑다.
얼마 전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글을 읽다가 잊고 지냈던 <위로 없는 날들>을 다시 책상 위에 꺼내뒀었다.
이 책은 분량이 꽤 얇은데 생각할 거리는 많아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은 책중에 하나다.
최근 그런 책중에는 한강 작가의 <빛과 실>도 손이 자주 간다.
하지만 몇 장씩만 아껴서 읽는다.
작가들의 고뇌가 묻어있는 아름답고 아픈 문장들을 후루룩 국수 삼키듯 들이키고 싶지 않다.
천천히 음미해서 오래오래 달게 씹어 삼키고 싶다.
작고 얇은데 내용은 깊은 책. 감사하다.
14.
"네가 평지를 걷고 있다고 하자.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충만한데도 자꾸 뒤로만 물러나게 된다면, 이는 분명 절망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네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중이라면, 그리고 언덕이 아래서 바라본 너 자신만큼이나 가파르다면, 네가 뒤로 물러나는 것은 바닥의 성질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절망할 필요가 없다."
_ 16면
카프카의 파편집을 읽다 보면 꽤나 아리송한 문장에 염세적이기도 하고 상상하게도 만드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문장은 쉽게 위로를 전달해 주는 글이라서 밑줄을 머뭇거리지 않고 그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늘 평지로만 된 길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걷는 길은 작은 언덕, 꽤 높은 산맥, 건너지 못하는 물살, 금방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떨어지고 마는 벼랑 끝, 혹은 길이 없는 어두운 숲, 좁은 동굴일 수도 있다.
그런 길 앞에서 제 속도를 못 낸다고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자신을 책망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걷기로 결심하고 앞으로 천천히 나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하지 않은가.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삶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대단한 존재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