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도 단위가 있나요

[읽고 쓰는 삶 270일 차] 박준 <계절 산문>

by 윤서린

박준 <계절 산문>

[한참을 셈하다]를 읽고


시인은 요즘 잘 쓰이지 않는 사물의 '셈', '단위'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풀어간다.

이중에 아는 것도 헷갈리는 것도 생소한 것도 있다.


한 접 : 마늘 백 개

한 제 : 한약 스무 첩

사리 : 국수

톨 : 밤이나 도토리

한 쾌 : 북어 스무 마리

한 쌈 : 바늘 스물네 개

한 연 : 전지 오백 장


_ 박준 <계절 산문> 158면 발췌


요즘은 이렇게 세세한 단위보다는 몇"개", 몇"장"이라는 단어로 퉁쳐버리기 일쑤다.

"헐", "대박"으로 감정을 대체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는 단어들과 새롭게 생겨나는 단어들, 이 중에 우리의 마음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는 "만약 사람의 마음을 잴 수 있다면 이 단위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159면)라고 묻는다.

글쎄... 딱히 마음을 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꽤 어려운 질문이다.


박준 시인은 "참"과 "채"를 마음을 재고 셈하는 단위로 빌려온다.


"한 참"이라고 세어도 되겠지요. 한참을 고민했는데 대답은 여전히 같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

사람의 마음을 "채"라고 세는 것입니다. (...) 집처럼 이불처럼 온갖 따뜻한 것들에 붙는, 그러니 어쩌면 마음에도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_ 박준 <계절 산문> 159면


나는 "겹"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당신을 향한 마음이 한 겹, 두 겹 쌓이고 굳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겹"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다 문득 누군가를 위한 시를 쓰고 싶어지는 아침.

조용히 그때의 마음을 "한 참"동안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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