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는 아이 ]

[읽고 쓰는 삶 287일 차] 헤르만 헤세 <그는 어둑한 곳을 걸었다>

by 윤서린

책에서 찾은 빛나는 문장


그는 어둑한 곳을 즐겨 거닐었다
검은 수목들의 포개진 그늘은
그의 꿈들을 식혀주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빛을 향한
타오르는 갈망으로 괴로웠다
그는 알지 못했다

머리 위에 순수한 은빛 별이 가득한
맑은 하늘이 있다는 것을

- 헤르만 헤세, 시_ <그는 어둑한 곳을 걸었다>



윤서린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걷는 아이]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아이가 있었다.

더듬더듬 삶의 굴곡들을 기어 다니는 아이.

끝없이 빛을 바라보았지만 그러나 좀처럼 빛 속으로는 들어가지 못한 아이.


아이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빛과 자신의 발자국이 마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쉬지 않은 발걸음은 빛을 등지고 과거를 헤매고 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아이는 멈춰 서서 빛을 향해 자신의 몸을 돌려세웠다.

그러자 고개만 돌렸을 때보다 빛의 방향이 더 정확히 보였다. 한 발자국 빛을 향해 발을 뗀다. 과거의 발자국들이 아이의 발목을 붙잡아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빛을 향해 걷는다. 모래주머니 같이 들러붙어있던 상처들이 어제보다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다. 삶의 근육이 붙은 아이는 어느덧 빛을 마주보고 걷는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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