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노 Dec 02. 2017

#워킹맘 초보: 워킹맘은 처음이라

워킹맘,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한달 후, 출근합니다. 


"변호사님, 혹시 1월에 복직하시기로 하셨던 것, 2달만 당겨서 11월에 복직하실 수는 없을까요? 아시다시피 요새 일손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부담 갖지 말고 한번 고민해 주시겠어요?" 인사 담당자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아직 아이를 봐주시기로 한 시부모님께서 상경하시기 어려운 일정이라, 부득이 양해를 구하고 원래 일정대로 복귀하겠다고 답변을 했다. 아, 원래 일정대로 복귀하더라도 꼬물이랑 계속 붙어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카톡을 받고 나니 좀 더 곧 다가올 미래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이번에 복귀하면 내 인생 처음으로 워킹맘이 된다. 요새 언론에서도 자주 조명되는, 그 힘들다는 워킹맘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워킹 싱글, 워킹 유부녀, 워킹 임산부까진 해봤지만, 아직 워킹맘은 해본 적이 없다. 얼마나 힘들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 꼬물이가 잘 받아들여줄지도 걱정이 된다. 이런 뻔한 고민을 머리 터지게 하게 줄이야! 


나는 일 욕심이 많았다. 밤새서 일해야 하는 것에 대해 별로 불평이 없었고, 성실하고 제 몫 잘 해내는 사람, 믿을만한 팀원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 좋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도 커리어와 일을 찾아 모성보호정책이 잘 수립되어 있는 이전 직장을 포기하고 옮긴 곳이다. 많이 배웠고, 배우고 있다. 때론 어서 복귀해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을까 점검해 보고 싶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아주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걱정이 된다. 임산부일 때는 몸 상태를 살펴가며 야근해도 괜찮았고, 외근하는 것도 부담이 덜했다. 38주까지 풀로 일하며 M&A딜, 소송까지 챙기는 게 힘들지 않았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없으면 잠을 못 들고 폭풍 잠투정을 해서 샤워를 하다 말고 달래줘야 하는 꼬물이다. 내가 늦어지면 계속 못 자거나, 울다가 지쳐 잠들거나 할 텐데 예전처럼 쉽게 야근하겠다고 결정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회사의 나에 대한 기대치는 예전 그대로일 것이다. 어디까지 낮춰줄지, 낮춰달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꼬물이를 봐주시기로 한 시부모님은 내가 일을 좀 더 쉬기를 원하신다. 엄마와 붙어있는 것이 아이 정서에 최고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하지만 그건 안될 말이다. 나도 꿈이 있고, 관리해야 할 커리어가 있다. 이미 꼬물이를 만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사내변호사로 진로를 정했던 것도, 출산 휴가 외에 육아휴직을 붙여 쓴 것도. 그리고 조기 복직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것도, 내 나름의 결단이다. 꼬물이가 커서 엄마가 멋진 직업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맞벌이해야 살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고. 그런데 마치 내가 나쁜 엄마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뇌리를 계속 맴돈다. 모든 걸 희생할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내 안에 내 인생에 대한 욕심(응당 엄마가 되면 모두 포기해야 하는데도!)이 남아 있어서, 아이를 고생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정말 휴가를 연장하기는 어렵니? 맘 같아서는 네가 그렇게 해주면 좋겠는데 말야."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눈이 나에게 물어보는 것 같다. 


아버님, 근데요, 제가 집에 붙어 있는다고 꼬물이에게 제일 좋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일하고 싶은데 제가 제 인생에 대해 갖는 욕심을 다 포기하면 꼬물이에게 보상받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현명하게 잘 해볼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