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몇 년째 부동산 중개일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형 아파트, 원룸 전문이라, 주로 대학생, 사회초년생, 빠듯하게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공간을 매일 같이 들여다본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주로) 기존 세입자들이 살고 있는 각양각색의 집을 만난다. 오빠는 처음 부동산 중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세상에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사는 모습도 각양각색이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주로 2030의 나이대인 사람들의 공간을 매일 같이 몇 번씩 들여다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요즘애들은 워라벨 중요하게 생각하고, 조금 편하게 살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집에 외국어, 자격증 공부하는 책 없는 집이 없어. 유튜브 영상 찍어서 편집하고 있는 집도 있고. 저녁에 가면 보통 무슨 강의를 듣다가 잠깐 멈춰놓고 집을 보여주더라."
"확실한 건,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 노는 사람들은 정말 없었어."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좀 먹먹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 그들의 마음은 풍요로울까. 노력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는다고 느낄까? 어떤 이는 지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 마음 벅차고 먹은 것 없이도 배가 부를 것이고. 어떤 이는 하루하루 노력만이 거듭되는 삶에 무력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다. (경험적으로는 후자의 비율이 좀 더 높지 않을까 싶다)
03학번인 나에게도 2030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우리보다 앞선 세대들이 꿀을 빤 세대였다고, 지금부터는 취업전쟁에 뛰어들어 승리해야 한다는 어떤 목소리들이 존재했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극한에 도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어떤 불안이 마음 한편에 언제나 있었다.
그렇게 뭔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충분히 고민해 보지 못했었다. 내 공간도 그래서 학교 교재, 토익, 토플 교과서, 대기업 입사를 위한 인적성 교재들로 가득했었다.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도. 또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원하는 삶이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나는 그들의 공간을 가득 채운 노력에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가 들어있었으면 좋겠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노력으로 이뤄낸 것들에서 그들의 노력에 합당하는, 또는 그를 상회하는 감정적, 재정적 보상이 주어졌으면 한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노력이라는 것은 늘 쉽지 않은 것이니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응원해 줄 무언가가 그 공간 안에 있었으면 한다. 디퓨저든, 곰인형이든, 작은 액자이든. 치열한 삶에는 숨구멍이 필요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