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노 Sep 03. 2022

끼니, 대충 때우면서 살지 맙시다.

때로는 스스로도 '대접'해주면서 살자고요.

주말 아침마다 아이들 아침을 만들어 먹이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 반조리 식품을 데워서 먹이고 싶지는 않은데, 계란말이며, 된장국처럼 아주 간단한 음식만 만드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리고, 설거지거리도 많이 나온다. (아이 낳고 몇 년을 살아본 결과, 나는 대부분의 집안일을 잘하지 못하고, 흥미도 없으며, 그중에서도 특별히 요리를 하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왜 요리가 하기 싫을까? 다른 일보다 막막하게 느껴질까? 보통 아내들은 잘하지 않는다는 화장실 청소,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도 (귀찮긴 하지만) 잘만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먹는 것에 시간을 쏟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평소라면 대충 샌드위치 같은 걸로 때우던가 할 텐데. 아이들 먹일 생각을 하니 가급적 재료부터 손질해서, 직접 만들어 주려고 보니 오전에 한 시간씩은 그냥 날아간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집에서 먹는 끼니는 지금도 대충 때웠을지도 모른다. 미니컵라면을 하나 끓여먹거나, 라떼 류 한잔을 마시거나, 대충 그렇게. 예전부터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고등학교 때는 저녁으로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자주 먹었다.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으로 가면 저녁때였고, 학원 수업 시작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된 식사를 시켜먹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을 것이다. 끼니때 일단 집에 있기가 어려우니까. 쉬는 시간이 짧아서 후다닥 먹고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하니까.


대학교에 다닐 때도 특별히 내가 먹는 것에 신경을 써주진 않았다. 공강에는 학식을 먹었고, 저녁으로는 학교 근처 식당에 가거나 술집에 갔다. 건강한 메뉴나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었다. 그냥 사람들과 어울려서 가기 좋은 곳에 우르르 몰려가, 음식을 음미할 틈도 없이 입에 집어넣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주는 '직식'을 먹고, 저녁은 스타벅스에서 먹고 가곤 한다. 샌드위치 하나, 라떼 하나를 시켜놓고, 다이어리도 쓰고. 컴퓨터로 작업도 좀 하다가 들어가기 좋아서다. 스타벅스 샌드위치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는 않지만, 건강하거나 맛있어서 먹는 것은 아니다. (빵류는 의외로 염분이 굉장히 높기도..!) 다른 일을 하면서 끼니를 때우기 편하다는 이유로 이용하고 있다.




아침에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주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내 건강과 내 취향을 고민해서 밥을 차려준 적이 있었나? 늘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밥을 먹는 시간을 아까워만 하지는 않았던가? 글 쓰면서, 책 읽으면서, 일하면서 밥을 먹는 걸 마치 자랑처럼 생각하지는 않았던가.(자랑할 만한 일이 결코 아닌데.)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정성껏 스스로에게 대접해 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내가 정성껏 재료를 준비해서, 요리해서 대접을 해준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그게 너무 귀찮다면 한 달에 한 끼 정도는 내가 정말 먹고 싶은 메뉴가 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주고" 음미하면서 먹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스스로에게 제안을 해본다.


다음 주에는 곱도리탕을 먹고 싶다고 내 안에서 누군가 슬쩍 제안해온다. 배민으로 시켜서 플라스틱 그릇 말고 예쁜 그릇에 옮겨 담아서 먹어야지. (얼마 전 배민은 줄이겠다는 절약 다짐의 글을 올렸는데... 그냥 표리 부동해지고 싶다.)

우리동네 최애맛집 <인생곱도리탕> ㅋㅋ


 






작가의 이전글 알지 못하는 청년의 죽음, 명복을 빌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