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노 Apr 17. 2024

세월호를 기억한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 수 있을까, 반문한다. 

10년 전 오늘 즈음, 세월호가 침몰하는 뉴스를 봤던 것을 기억한다. 조카가 태어난 것이 이 즈음이어서, 오빠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이 뉴스를 봤다고 했다. 집안의 경사로 경황이 없던 와중에도, 뉴스 오보, 구조에 계속 난항을 겪고 있었는 상황,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던 선박, "가만히 있으라"라고 말했다던 기내 방송, 결국 살아 돌아오지 못한 많은 사람들, 국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여러 가지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태어난 아이는 예쁘게 자라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10년 전의 그날을 아직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누가 특히 더 잘못했다던가, 왜 책임자들은 처벌을 안 받았느냐, 등의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세월호, 천안함, 이태원 참사를 지나오면서 정말 우리 사회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사고였는지 묻고 싶다.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아닌 것 같다는 답변밖에는 내놓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내로라할 권력도, 부도 가지지 못한 한 명의 국민이고, 나에겐 내 목숨보다 소중한 두 아이가 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성장하는 동안, 허락된 여생을 누리는 동안, 앞으로도 있을지 모를 참사를 만나지 않기를 정말 간절하게 바란다. 내가 목숨을 포함해 가진 것을 모두 다 내놓아도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그리고 사람들이 그에 휘말리는 것을 막아낼 능력이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아이들, 그리고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런 참사에 휘말리지 않도록,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예방, 국민들을 위한 보호장치가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원론적이고 단순한 바람인데, 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많은 이들을 추모한다. 그리고 많은 유가족들에게 몸과 마음의 회복과 연대와 위로가 허락되기를 기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록적인 폭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