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가는 짧은 길마저 참기 힘든 이런 날
친정집에는 강아지가 세 마리 있는데, 그 중 한 마리(퐁이)는 털이 무척 많다. 만지는 느낌이 무척 폭신해서 좋지만, 여름이 되면 보기만 해도 덥다. 엄마는 이 녀석을 볼 때마다 "여름에도 모피 코트 입고 다니는 거랑 똑같은데 얼마나 덥겠어." 라며 안타까워 하신다. 한 여름엔 물도 한 번 더 챙겨주고, 에어컨도 조금 더 틀어주고, 나름의 배려를 해주신다.
지난 여름까지는 나름 잘 견디더니, 올해 여름은 유독 더운 것이 맞는지 더위에 굉장히 힘들어 했다. 오늘 친정 집에 들르니 나를 잠깐 반겨준 후, 에어컨 바람과 선풍기 바람이 만나는 제일 시원한 포인트로 복귀해서 배를 깔고 누워버렸다. 덥긴 정말 더운 모양이다. 현관문만 열어도 덥고 습한 공기가 왁 하고 달려드는, 그런 날이었다. 사람도, 강아지에게도 쉽지 않은 그런 날.
얼마 전 진행한 유체동산 경매 건이 기억이 났다. 에어컨과 냉장고, 그 외 값나가는 집기 모두 압류해서 매각 처분을 했다.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돈으로 일단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였다. 그 채무자 분은 채권자에게 갚아야 할 돈이 있음에도 공정증서만 작성해 주고 잠적했다. 그 후 소재를 파악해서 몇번 좋게 갚으시라고 말씀 드렸으나 다시 연락이 두절되었다. 채권자의 입장은 명확했다. 한 푼이라도 받아와라. 그리고 난 채권자의 대리인으로 착실히 해야할 일을 했다.
그런데 오후 2시의 맹렬한 더위 속에서 그 채무자 분은 에어컨도 없이 이런 기록적인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지 문득 걱정이 되었다. 위선적인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왜인지 나도 모르게 계속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승섭 교수는 이런 기록적인 폭염에서는 사회취약계층의 존재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더위를 피할 경제적 여유도 없는 사람들은 때론 속절 없이 죽어간다고. 개인사업을 하다가, 빚을 지게 되었고, 갚을 길이 없었던 한 중년의 아주머니는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사회 취약계층이 되었고, 그 가족은 살인적인 더위를 에어컨 없이, 냉장고 없이, 선풍기 없이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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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뉴스에서는 동물들이 폐사했다는 기록이 나오고, 어린이집 차량의 아이가 차 안에 갇힌 채 질식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은 이 더위를 잘 견뎌내고 있을까.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적어도 이들이 이러한 폭염에서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 큰 문제 같고, 막막하고, 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늘 그렇다.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아." 라고 생각만 하고, 말만 하고, 내 인생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서 일에 쫓기다가 집안일에 쫓기다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고 까먹는다. 그래서 그냥 짧게 적은 글로라도 남겨두고 싶다. 내가 이런 고민을 했었고, 앞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