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낙하산으로 들어온 장그래에게 오과장은 묻습니다. "너 날 홀려봐. 널 팔아보라고. 너의 뭘 팔 수 있어?" 장그래는 말하죠. 노력의 양과 질이 다르다고요. 그런데 장그래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조직의 리더라면(중간 리더가 아니라 CEO여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 이유 때문에라도 장그래를 채용하겠습니다. 바로 하루를 하나의 대국으로 보아 매일 복기한다는 점이죠. 고수들은 모두 자신 만의 복기(피드백)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훈현 기사도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에서 복기를 하나의 챕터로 다루었죠. 사부에게 정말 자주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나요?" 사부는 계속 대답해 줬죠. "성장하고 싶어? 그럼 써."
".. 뭘 써요?" "뭐라도 써." 이 짧은 책 안에 담을 사부님의 가르침 중에 살아있지 않은 것, 효과가 없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삶 속에서 체험했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변화하는 것도 지켜보고 쓴 것이거든요. 하지만 이 가르침은 정말 큽니다. 일단 써야 합니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크게 네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첫째, 로우 데이터 수집 목적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분석이 안 되고, 전략도 잘 수립되지 않지요. 따라서 뭐라도 쓰는 건 우리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둘째, 성장폭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예전 모습에 대한 데이터가 없으면 현재 얼마나 성장했는지, 성장하고 있기는 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지요. 셋째, 생각을 심층 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머리 속으로만 생각할 때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깊게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두 단계, 세 단계 정도의 논리적 흐름만 지나가도, 동시에 두 개 정도의 제목만 머릿속에 떠올려도 생각에 과부하가 옵니다. 노트를 활용해서 알고리즘도 그려보고 이미지 트리도 그려보면 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죠. 기록이 남는 건 보너스입니다. 넷째, 쓴다는 것은 주술적인 힘이 있습니다. 머리로만 말로만 할 때보다 손으로 쓰면 더 이루어질 확률이 높죠. 원시시대 사람들이 한가해서 사냥에서 잡힐 토실토실한 동물을 동굴에 새긴 것은 아닙니다. 그 예전부터도 그림으로 그리면, 글로 쓰면 더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아, 이건 진짜 알려드리기 아까운 것인데 공개해 드리는 겁니다. <피드백>, <관찰>, <일기>를 쓰면 됩니다. 사실 분리되지 않는 개념이지요.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관찰해서 기록으로 남기면 됩니다. 사부님이 여러 가지 툴을 소개해 주셨는데,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아이템은 3p binder입니다(아무런 상업적 연관이 없고, 제 돈 주고 사서 쓰는 아이템입니다). 저는 3년째 작성하고 있는데,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달이 더 많고, 앞의 인생계획, 연간계획 부분은 헛다리 짚었다가 송두리째 수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분명히 쓰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전 여섯 번째 룰을 설명하면서 말씀드렸던 제 부족한 인생계획, 연간계획을 제가 다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다 제가 예전에 썼던 바인더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죠. 무엇이 부족했는지 알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성장은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쓰면 안 되나요? 됩니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쓰면 안 되나요? 됩니다. 다만 3p binder가 좋은 것은 저렇게 계속 축적이 된다는 것, 그리고 얼마든지 원하는 형식으로 편집하거나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죠. 저는 평소에는 연간, 월간, 주간 계획과 미팅 노트만 휴대하고 보조 바인더로 업무 히스토리 바인더와 아이 건강 바인더(수유, 이유식, 영유아 검진표, 예방접종기록을 담고 있습니다)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인더 외에 매일 기록하고 있는 것은 6줄일기와 육아일기입니다. 6줄일기는 사부와 함께 하는 M2 모임 카페에 올리고 있고, 육아일기는 매일 <맘스다이어리>라는 앱에 올리고 있습니다. 꾸준히 올리면 책으로도 찍어주더라고요. 6줄일기는, 1) 오늘 기뻤던 일, 2) 오늘 힘들었던 일, 3) 오늘 감사한 일, 4) 내일 할 일, 5)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내가 될까? 6)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행복할까?를 그냥 생각나는 대로 간단하게 적는 겁니다. 저는 주로 퇴근길에 적었습니다. 퇴근길은 대체로 매우매우 힘듭니다. 예전엔 지하철 타고 분당선으로 환승해서 버스 또는 택시를 타는 장장 1시간 40분의 여정이었는데요. 회사에서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성장하는 것이고 좋은 자극이라고 할지라도 쉽지만은 않죠. 그로기 상태가 되어 지하철에 올라 6줄일기를 씁니다. 그럼 '오늘 좋은 일도, 감사하게 생각할 일도 있었네' 하면서 엷은 미소 지을 정도만큼은 기분이 좋아집니다. 힘든 일을 쓰면 '아, 몰라, 힘들어.' 할 때보다 좀 더 기운이 납니다. 왜냐면 내가 자세히 내 마음을 들여다 봐 주었거든요. 아, 위에 한 가지 효과를 빼놓고 말했네요. 글쓰기에는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나중에 예전에 쓴 6줄일기를 다시 읽어보면 내 모습이 달리 보입니다. '아, 뭐야, 쉽게 승소했다고 생각한 약정금 사건, 당시엔 엄청 스트레스받았었네.' '아, 이때 신랑이 이렇게 예쁜 말을 해준 적도 있었지.' '아, 이 사람이 나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같은 팀에 있으면서 신경 많이 쓰였었는데, 지금은 퇴사하셨잖아?' 내가 이랬었나, 왜 이랬었지, 하고 다시 보게 됩니다.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해 보다 정제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죠. 나의 과거를 읽어낼 수 있다면, 미래 또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하여, 대비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됩니다.
그것 외에 제가 별도의 툴 없이 자유롭게 쓰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나 관찰일기>입니다. 사부가 내 비전을 찾고 정체성을 찾으려면 과거를 봐야 한다고, 과거에 답이 있다고 했거든요. 저는 성실한 제자니까 적용해 봅니다. 제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제가 행복했던 순간, 제가 좌절했던 것, 하기 싫은 것, 하기 싫어했던 것 등을 과거 경험에서 찾아서 그냥 바인더 뒤에 꽂아놓은 메모지에 한 두 개씩 생각날 때마다 적습니다. 손필기가 어려울 땐 카카오톡 자기에게 메시지 보내기 기능을 활용해서 저에게 보내 놓고요. 제 소명, 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새로 시작한 것입니다. 2016년도까지 썼던 제 인생계획과 목표 선언서가 제 욕망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내용으로 작성되어서 사실상 전면 폐기하는 아픔을 겪었거든요(수학이 싫어서 빨리 문과대학으로 진학해서 하고 싶은 공부 하겠다고 울던 애가 회계 자격증이 웬 말입니까. 회계사님께 수수료 드리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 훨씬 낫지요.) 그래서 요새 제가 즐거웠던 순간들, 하면서 재미있었던 활동,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 그리고 이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제가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제 자신과 데이터로 바라보는 자신은 사실 많이 다르더라고요. 나 자신의 현주소를 제대로 알아야 비전과 전략도 나오게 되죠. 지금 작성하는 2018년 목표 선언서의 효력은 2016년의 그것과 분명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글 속에 객관적으로 바라본 당신의 삶이 들어있나요? 그렇다면 성공은 취하여 축적하고 실패는 전략을 수정해서 새로 접근하면 됩니다. 그것이 제대로 쌓인다면 어느새 당신의 발자국이 초고수의 족적이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