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게임 룰 여덟:

휴식 경험치를 이용해야 경험치가 효율적으로 쌓인다.

by 티라노

나는 지쳤다는 느낌,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 편이다. 스스로에게 '왜 이것도 해내지 못해?' '남들은 다 쉽게 해내는 걸, 너는 매번 이렇게 유난하게 힘들어하니?'하고 자주 다그쳤다. 그리고 나의 질책을 들은 또 다른 나는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한다. '나는 가진 게 없어. 열심히라도 하지 않으면 안 돼.'하고 꾸역꾸역 한다. 그러다가 자주 탈이 난다. 큰 병에 걸리기도 했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 도망치려고 한 적도 많았다. 심력을 쏟아부은 프로젝트에서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를 내기도 했다. 그리고 자주 이렇게 말했다. '아, 너무 힘들어요.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사부는 그럴 때마다 나에게 말했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 압력을 받기만 하고 배출하지 않으면 그건 네 안에 쌓여. 계속해서 쌓이면 언젠가 터지겠지. 그때 터지면 탈이 나. 스케일도 크고, 통제할 수도 없어. 그러니까 받은 압력을 어떻게든 터지기 전에 조금씩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해." 사부의 말을 듣고 그때부터 조금씩 현명하게 압력을 내보내는 법, 리스크 적은 아웃풋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휴식 경험치를 아시나요?


와우라는 게임이 정말 과학적이라는 것을 느꼈던 적이 있는데, 바로 '휴식 경험치'라는 개념 때문이었다. 지역마다 병참처럼 배치되어 있는 여관이나 대도시에 들어가 있으면, 캐릭터 옆에 'Zzz' 표시가 뜨면서 휴식 상태가 된다. 그럼 안전한 곳에서 휴식했던 시간만큼(한도가 있기는 하다) 이후 레벨업을 할 때 추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우리의 실제 삶에서도 그 개념은 유효하다. 왜냐하면 휴식하고 난 후에는 플레이어의 몰입의 밀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항상 긴장만 하고 있을 수 없게 설계되었다. 밤새 학원에서 공부하고 온 학생들은 학교 수업시간에는 집중력을 십분 발휘하지는 못한다. 야근에 회식까지 하고 아침에 출근한 직장인에게 오전 근무를 효율적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스스로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실 요새도 가끔씩, 나는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이러다가 도태될 것이라는 강박에 휩싸여 제대로 쉬지 못했다. 고1 때부터 고3처럼, 로 1 때부터 로 3처럼 살았다. 플레이 종료를 하면서도 소환석을 쓰지 않고 길바닥에서 캐릭터를 재웠던 셈이다. 어차피 몬스터를 잡을 수도 퀘스트를 할 수도 없는 시간에도 괜히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힘듦 때문에 충분히 휴식한 사람보다 더 뒤처졌던 것이다. 수석들은, 초고수들은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휴식경험치.PNG <와우> 휴식 중인 캐릭터입니다. 좌측 상단의 캐릭터 얼굴 옆에 zzz 표시가 나타나죠.

*이미지 출처: 요기*



공간을 좀 넣어볼까요?


그런데 의외로 재능 있고 빛나는 사람들도 정말 간절한 것을 앞두고는 이런 실수를 한다. 예를 들면 <팬텀 싱어 1> 프로듀서 오디션에 참석한 박유겸 씨 같은 경우가 그렇다. <Till I hear you sing>을 부른 박유겸 씨는 다른 출연자들과는 달리 예외적으로 노래를 두 번 불렀다. 먼저, 혼자 부른 것 한번(1), 그리고 김문정 감독의 지휘를 받아 부른 것(2) 이렇게 두 번이다. 김문정 감독이 처음 노래를 듣더니 고개를 갸웃하고, '제가 뭘 좀 해보고 싶어서, '라고 말한 후 노래에 '공간을 좀 넣'었다. 달라진 것은 호흡에 쉼이 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강약 조절이었다(내가 음악에 조예가 없어 그 외에도 달라진 것이 있을 수는 있다). 끊을 때 끊고, 쉼표에서 쉬고, 그리고 약하게 할 곳을 약하게 했을 뿐이다. 근데 그것만으로도 정말 다른 수준의 노래가 되었다. 박유겸 씨가 원래 갖고 있던 목소리톤, 음역대, 폐활량, 음정과 박자 컨트롤 능력은 동일했다. 하지만 쉼이 있고, 집중이 있는 두 번째로 부른 노래가 더 편안하고, 더 매력적이고, 더 수준 있게 들렸다. 두 번째 노래를 듣고 나서야, '아, 이 사람, 정말 재능 있는 싱어구나. 연륜 있는 감독의 듣는 귀, 그리고 리딩 능력은 다르네'하고 느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 그런 약간의 과함, 이완이 없는 긴장이 박 유겸이라는 싱어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방해가 되었다. 한 곡을 부르는 와중에도 적당한 쉬어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유겸.PNG JTBC <팬텀싱어1> , 이미지출처: https://blog.naver.com/endingbobo/220859773860



한김씩만 쉬는 것이 포인트


요새 보디라인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근육을 만들려면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 스쿼트, 런지, 플랭크, 그 데드리프트, 그 외에도 다양한 역기 운동을 섞어 큰 근육 위주로 할수록 효과가 좋다. 그런데 코치님들의 일관된 조언에 따르면 근육이 만들어지는 때는 우리가 운동을 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후에 오는 휴식시간이라는 것이다.

근력운동을 해서 근육을 손상시키고 근섬유를 찢어놓은 후 휴식을 취하면 회복하면서 더 강한 근육이 생기는 원리라고 한다. 비 온 뒤 땅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인생이 던져주는 여러 가지 과제들을 처리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최선을 다해 그 일에 몰두하고, 제반 여건을 만들어 둔 후, 한 호흡을 쉬어야 한다. 그동안 에너지를 소진한 만큼,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시간 중 열심히 달렸던 순간에 대한 피드백도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다만 휴식을 너무 길게 가져가면 안 된다. 운동 후 휴식한다고 하루 운동하고 1,2주를 쉬면 근육은 만들어졌다가도 풀려버린다. 와우의 휴식 경험치는 다음 1.5 레벨까지고 더 오래 쉰다고 해서 더 많이 축적되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계속 쉰다면 레벨업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책을 쓰고 싶었는데, 기한은 다가오고, 써야 하는 분량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이 지쳐갔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으슬으슬 춥고 몸살 기운에 몸이 떨렸다. 기침도 멈추질 않았다. 쉬고 싶다는 시그널이다. 이럴 땐 한 호흡 쉬어가기로 한다. 그동안 열심히 써왔어. 괜찮아.



**배경 이미지 출처: http://m.inven.co.kr/webzine/wznews.php?site=wow&idx=78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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