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애드온 최종 편:

좋은 멘토를 둔다는 것

by 티라노

내 인생에 훈수를 둬주세요.


일전에 사부가 그런 말을 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알려준다고 한들 애들이 그걸 다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 지금 너한테도 정답을 얘기해 주고 있지만, 한 번에 깨달아 확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아."라고. '뭐야,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 분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받은 가르침을 모두 실천하지 못했고, 성장하는 데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으므로 사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빨리 성장하고 싶어서 욕심도 부리고 조급한 마음으로 열심히 덤벼 들었음에도 욕심만으로 해결을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사부가 해주는 말은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 옳고 당연한 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구체적인 행동의 변화로 이끌 수 있는지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지금 내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그에 따라 어떤 가르침을 주로 실천해야 하는지도 스스로 고민해 봐서는 알 수 없었다. 사부는 모르겠다고 말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물어봐. 약은 약사에게, 수술은 의사에게.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야지 답이 나오지."


내 주변 사람들만 봐도 '현명한 훈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후배에게, "지금 속한 조직에서 승부를 봐, 어딜 가나 다 마찬가지야."라는 말도 맞고, "더 늦기 전에 옮겨. 직무가 안 맞으면 답 없어. 3년 다니고 전혀 새로운 분야로 옮긴다고 쳐. 그럼 신입이나 마찬가지야. 그렇게 시작해서 남들보다 먼저 성장할 수 있어?"라는 말도 맞다. 약 자체는 옳다. 다만 지금 환자의 상태에 맞는 약을 처방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내가 다음에 놓을 수 하나를 생각하느라 급급할 때, 바둑판 전체를 조망하면서, "그게 아니야, 멍청아!" "왼손은 거들뿐" 이렇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인생에 훈수를 둬 줄 사람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나는 사부의 가장 성공한 제자는 아니지만 가장 많이 따라다니면서 가르침을 잘 구하고 유익을 많이 본 제자라고 자부하는 만큼, 어떻게 멘토를 모시면 좋은지, 어떻게 득을 보는지에 대한 비기를 전수해 본다.



멘토링: 사부,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한 때 멘토 붐이 일었다가 다소 주춤해진 듯하다. 요새는 대면적으로 이루어지는 멘토-멘티 프로그램보다는 자신에 대한 자가진단을 한 후, 책이나 강연의 내용에서 깨달아 적용할 것을 찾아 실천하는 "셀프 멘토링"이 유행인 것 같다. 실제로 브런치에서도 #멘토링을 찾아보니 셀프 멘토링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셀프 멘토링도 도움이 된다.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나는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멘토를 두는 것의 유익을 실제로 체험했고, 이는 책이나 강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일단 1)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서 제대로 진단할 수 있는 '메타인지'가 없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재 내가 처한 상황과 나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멘토에게 처방을 구해야 한다(나의 경우, 셀프 멘토링은 몸이 아픈데 병원에 가지 않고 네이버에서 증상을 검색해 보고 내 나름의 처방을 내리는 것과 같았다. 나으면 다행이지만, 괜히 병을 키울 수도 있다).


또한 2) 멘토의 접점과 노출도가 높을수록 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멘토가 24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일상에서는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면서 벤치마킹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3)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모르는 것을 질문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포인트가 맞는지 중간 점검하면서 삽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많지만, 이것만으로도 살아있는 사람으로서의 멘토를 둘 때, 만나서 양방향 소통을 할 때 남다른 강점이 있다는 부분은 피력이 가능할 것 같다.




모실 멘토 찾기: 멘토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그럼 멘토를 어디에서 찾으면 될까? 답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사부는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면 다들 나보다 탁월한 점 한두 개씩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도리님(고등학교 시절 친구로, M2 모임을 같이 하고 있다. 플레이어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은 내가 사부로 모시고 있지는 않지만, 만날 때마다 다정다감함, 배려, 따뜻함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사람이다. 도도리님이 함께 해주는 나는 분명 그녀가 없는 나보다 나은 사람이다. 예전 내가 형사 피해자로 서대문 경찰서에 가던 날, 내 손을 꼭 잡아주고 동행해 줬던 그녀의 존재는 지금 나에게도 참 크다. 이렇듯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잘 관찰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핵심적이라고 생각하는 영역, 필드에 있어서는 사부를 두는 것이 좋다. 당신이 멘토를 모시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가르침을 줄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수도 있고, 의외의 인연이 닿을 수도 있다. 나는 취미로 노래를 배우겠다고 도도리님을 따라 보컬 레슨에 갔다가 사부를 알게 되었다. 내가 계속 고민하던 진로나 연애, 사회에 공헌하는 것 등에 대해 가장 현명한 답을 주었던 사람이 사부여서 사부님으로 모시게 되었다. 그 외에도 학부시절, 대학원 시절 만난 교수님도 은사로, 또 멘토님으로 모시고 있다. 그러니 내가 되고 싶은 삶의 디자인을 찾고, 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멘토로 모셔라. 당신이 손을 뻗으면, 의외로 그분도 호의적으로 화답해 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의 제약과 같은 문제는 있겠지만, 누군가가 자신에게 가르침을 구한다는 것 자체는 흐뭇하고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만 기억한다:

적정 간격 유지, 대가 지불, 성장은 셀프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먼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정중히 청하고 상대방이 동의해 준다면, 본격적으로 멘토-멘티 관계를 시작한다. 정말 바쁜 멘토라면 이메일, 전화 등의 연락을 해도 좋은지 여쭙고,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한다. 그리고 1) 멘토가 동의해 준다면, 멘토의 공간 안에 녹아드는 것이 좋다. 나는 사부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 신실한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회 근처에 가고, 교회 사람들과 사부와 같이 있는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좋은 점은 사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이 가르치는 내용과 실제 살아가는 내용이 일치하는지 내 눈으로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다. 또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너무 가깝게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면 멘토를 불편하게 할 수 있고, 내 일상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멘토도 사람인데, 항상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게 편할리는 없다. 양해를 구하고 적정 간격을 유지하며 가급적 시공간을 공유하면 좋다.


2) 대가 지불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보통 멘토는 이미 잘된 사람, 또는 언제라도 잘될 사람이기 때문에 멘티에게 멘토링의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유상 멘토링 프로그램인 경우 제외). 하지만 이미 잘 된 사람이라고 해서 나에게 당연히 공짜로 가르침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랑받는 제자가 될 수 없다. 멘토도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니 감사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시하고, 가르침을 구할 때 발생하는 비용(밥, 차 등)은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가르침을 진정한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멘토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3) 결국 성장은 셀프다. 멘토는 '이 곳에 물이 있다. 여기서 물을 마시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지, 누워있는 멘티의 입을 벌려 물을 쏟아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자, 당신은 잘 풀린 사람 같은데, 가르침을 주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막연한 질문으로 포문을 열기보다는 내가 이 사람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을(통찰력, 리더십, 카리스마, 인간관계 기술, 화술, 재테크 능력 등등)명확하게 하고,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맨 처음에 일방적으로 강연처럼 멘토가 얘기하는 내용을 들었더라도, 그다음에 만날 때에는 '저번의 이러저러한 가르침이 좋았고 이렇게 실천을 해봤는데 그 과정에서 이건 잘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요?' 같은 피드백과 구체적인 질문이 나와야 한다. 결국 멘토의 가르침을 적용해서 행동하는 것은 나 밖에 할 수 없다. 멘토의 가르침을 따르는 의사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고, 그로 인한 유익도 내가 누리게 되는 것이니, 내 성장을 멘토에게 포괄 위임하고 결과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면 안 된다.




최고의 보상은 멘티의 성장


멘토에게 있어 최고의 보상은 자신을 만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한 멘티의 모습이다. 처음엔 사부의 가르침을 무상으로 받기만 해서 죄송한 마음에, "아, 어쩌죠, 항상 이렇게 받기만 하는데."라고 말하곤 했다. 사부는 단 한 번도 가르침의 대가로 물질적인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밥이나 차를 사겠다고 해도, 내가 학생인 시절엔 사지 못하게 했다. "지금 말고 다 커서 사. 지금은 내가 보살피고 길러주고 있는 거니까 얻어먹어." 나보다 두 살 밖에 많지 않은 사부가 결혼, 집 장만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자유로웠을 리 없다. 그래도 "진짜 크게 돼서, 그때 내가 다른 사람을 살리는데 투자하고 후원해. 지금은 아냐." 하고 늘 손사래를 치며 만나서 드는 비용을 감당해 주셨다. 나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아끼는 후배들이 생겼는데 사부의 심정을 알듯도 하다. 그들이 밥을 사는 것보다 나와 만나서 대화를 하고, 그래서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고, 힘과 에너지를 얻어 돌아가는 것이 더 나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멘토님의 가르침에 대해 진심을 다한 감사를 전하고, 자신의 성장경험을 멘토와 충분히 나눌 것을 추천한다. 나도 지금 많이 나아졌다고, 분발해서 더 크겠다고, 사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감사 표시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실천이 따라와야겠지만!


배경 이미지 출처: http://bestmentor0397.tistory.com/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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