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27주차
우리 노견에게 내가 붙힌 별명은 그 수도 많고 컨셉도 다양하다.
부르는 사람도 하나, 불리는 개도 한 마리인데도 불구하고
별명은 화수분 저리 가라다.
새로운 별명이 생기기 무섭게 또 다른 별명이 튀어나온다.
어제는 그 호칭, 오늘은 저 호칭, 내일은 이 호칭.
'저게 지금 나를 부르는 건가, 아닌가', 우리 노견은 머리가 복잡했겠다.
뭐, 이제는 전혀 상관없어졌다.
치매에 걸린 탓에 자기 이름을 인식하지 못하니까.
그저 큰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그마저도 참 선방한 점은 그저 큰 외침소리를 들었을 때와
자기 이름을 들었을 때, 반응이 참 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나만 애 쓰는 것이 아니라 얘도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튼 내가 우리 노견에게 지어준 별명이 참 많다.
브런치에서는 '우리 노견'.
미운 짓을 했을 때는 '이거', '저거'.
이쁜 짓을 했을 때는 '천사', '아가씨', '이쁜이','아깽이'.
힝힝거릴 때는 '빽빽이'.
별명이 많은 만큼 선택하는 재미도 있는데
우리 노견에게는 그저 혼란스러운 카오스일 테지.
나야 즐겁지만 이렇게 다양하게 부르다가 나중에 저 하늘에서
우리 노견이 자기 이름을 못 알아듣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우리 노견을 호명했는데 못 알아들어서 손 못 드는 거 아닌가 싶다.
길 잃지 않고 잘 쫓아가야 할 텐데, 이승에서 미리미리 이름만 불러줘야 하나.
- 꿀잠을 자느라 폭 눌린 볼 털을 만지작거리는 하루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