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강아지와 함께, 1주차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이 작품을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아직 길을 못 찾았습니다. 주마다 소설 형식, 일기 형식, 에세이 형식 등 작법을 바꾸어 가며 다양하게 시험을 해보는 것으로 감을 잡으려고 합니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01. 당신이 보게 될 아침 풍경
짹짹, 짹짹. 짹짹짹짹.
참새가 지저귄다. 가녀린 울음 소리가 창문 너머에서 들려 온다. 아닌가? 참새가 짹짹이는 소리라기에는 너무 가깝다. 창문 너머가 아니라 창문 안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달까. 참새가 우리집 안에 있지는 않을 텐데. 그런데 참새가 저렇게 우나?
어느샌가 달콤한 잠에서 깬 나는 일어나자마자 별 생각을 다 했다. 어젯밤에 덮었던 이불은 내 머리 맡에 잔뜩 구겨져 베개의 역할을 대신 했고, 바디 필로우는 양 다리 밑에 끼어 있었다.
오늘도 잠을 기깔나게 잔 모양이군.
거지 같은 자세로 잔 덕분에 오늘 하루 근육이 쑤시겠어. 허튼 생각을 하면서 두터운 이불이 코를 박자 강아지 발냄새가 나를 자극했다. 은은하게 천에 밴 꼬순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아예 이불에 코를 박고 숨을 크게 흐으읍 들이켰다.
하루 시작이 아주 만족스럽다며 이불을 킁킁댔다. 이게 개인지 인간인지, 부모님이 보셨으면 잔소리를 했겠지. 어쩌라고! 나는 독립했는데, 하하하하! ...훌쩍.
강아지 꼬순내가 짙은 이불 사이에서 머리를 들자 갑자기 꾸리꾸리한 냄새가 내 후각을 때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움직임을 멈춘 것도 잠시, 나는 다시 몸을 이불 위로 떨궜다.
아, 미친. 설마.
현실을 부정했다. 다년 간의 경험을 되짚어 봤을 때 그 꾸리꾸리한 냄새가 가르키는 것은 단 한 가지 밖에 없지만 아무튼 부정했다. 안 돼, 그럴 수 없어. 내 꼬순내, 꼬순내로 정화해야 해. 이불에 또 코를 박아 봤지만 내 뇌리에 강력하게 남은 꾸리꾸리한 악취는 도저히 사라질 줄을 몰랐다.
또야, 또. 며칠 얌전하다 싶었는데.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무거운 몸을 벽으로 내던졌다.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등과 뒷통수는 지금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눈을 꽉 감은 채로 나는 자기 세뇌를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냥 똥을 싸기만 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안 밟았을 수도 있잖아.
실낱 같은 희망을 붙잡고 실눈을 떠서 본 광경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강아지 발바닥 모양의 똥자국이 사방에 찍혀 있었고 똥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져 있었다. 강아지는 제 알 바 아니라면서 챡챡챡챡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돌아다녔다.
내가 들은 게 참새 짹짹이는 소리가 아니라 개 발톱이 챡챡대는 소리였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그나마 침대 위에 올라와서 침구를 더럽히지 않았다는 걸 위안 삼았다. 완전 댕댕비키잖아.
아침부터 사고를 친 아이를 향한 미움과 아무리 약을 먹여도 치매는 나아지지 않을 거란 무력감 때문이 가슴이 답답했다. 무심코 크-은 숨을 들이키자 내 코를 똥 냄새가 가득 침투했다.
아니, 씨. 내 마음대로 한 숨도 돌릴 수 없단 말이야!
욕짓거리를 뱉으며 눈을 떴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맞다. 실눈 떠서 봤을 땐 대충 휴지로 문지르면 될 것처럼 보였는데 두 눈 크게 뜨고 보니까 똥이 말라 붙은 게 처리하는 게 꽤 시간이 필요할 듯 싶었다.
돌아다니는 털뭉치를 붙잡아 일단 화장실에 넣어두고 문을 닫았다. 물바다가 될 때까지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물티슈로 대강 문질렀다. 물이 말라 붙은 대변을 불리게 두고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제 발을 닦을 차례였다. 더러워진 발은 스스로 닦이지 않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아이가 제 발을 빤다면 말이다. 하지만 나 편하자고 얘가 똥을 먹게 둘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비참한 마음으로 세면대 물을 틀었다. 물 소리를 듣자마자 지 운명을 깨달았는지 애처롭게 울면서 몸을 비틀었다.
어쩌라고. 지가 잘 하던가. 내 1/10도 안 되는 주제에 힘은 왜이렇게 센 거야.
온몸으로 저항하는 놈을 겨우 옆구리에 꼈다. 한 다리씩 쭙쭙 잡아 늘려서 네 발을 충분히 적셨다. 젤리 사이로 손가락을 누르자 갈색 조각이 투둑 떨어졌다. 좀 역겹긴 했다. 꿍얼거리는 애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개 발 씻겨 주는 기계 안 나오나. 하긴, 사람 머리 감겨주는 기계도 안 나왔는데. 이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강아지 샴푸를 한 번 펌프했다. 젤리를 벌려가면서 구석구석 발을 씻기는데 점점 거품이 누렇게 물들어 갔다. 아직도 낑낑대는 웬수놈을 5mm 거리에서 빤히 쳐다봤다.
시무룩한 얼굴로 울던 애가 몸을 푸르르 털었다. 털에 싸다구를 맞고는 보송보송한 이마에 뽀뽀를 했다.
거의 다 했으니까 좀만 기다려. 흐르는 물에 거품을 쓸려 보내면서 중얼거렸다.
개 발바닥 빨래 끝! 마지막으로 말리기만 하면 된다! 난리를 치느라 흐트러진 자세를 가다듬고 강아지용 타올로 작은 발을 감싸 푹 젖은 털을 문질문질댔다. 참 신기하게도 꼼꼼히 샴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덜 닦인 갈색 뭉텅이가 타올 결에 묻어나왔다.
이쯤 되면 그냥 생각을 포기한다. 타올은 세탁기에 돌리면 되는 일이니 '얘 발이나 더 깨끗하게 닦자'는 마음으로 더 거세게 손을 놀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