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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킴 Jan 18. 2021

내 첫 커리어는 스타트업 1인 마케터

스타트업에서 1인 마케터로 일한다는 것


예고) 글쓰기 모임에서 마주친 스타트업 대표, 모임이 끝난 후 뒤풀이에서 밥을 먹고 그가 말하는 청년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싶다는 그에게 반하게 되는데...


#어쩌다 마주친 그대, 스타트업 대표님

취준생 1.5년 차, 공부만으로는 면접에서 붙기 어렵다는 생각에 글쓰기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모임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었는데 의대생, 휴학생, 직장인, 스타트업 대표가 있었다. 응? 스타트업 대표? 그는 틈틈이 자신의 스타트업의 비전을 열정적으로 말해주었다.


스타트업 대표 : 저는 청년들에게 꿈을 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암킴 : 와 진짜 멋있어요.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스타트업 대표 : 물론이죠! 제가 꾸준히 노력할 테니까요.


정말 터무니없이 느껴지는 비전이었다. 청년들에게 꿈을 준다니, 당장 나마저 꿈이 없지 않은가? 마지막 글쓰기 모임 날, 그에게 먼저 대시하고 말았다. '저와 사귀어 주십시오!'라고 하진 않았지만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약속을 잡아주시는 대표님과 약속을 잡고 큰 고민에 빠졌다. 내가 여기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공대생 출신이었지만 마케팅 스터디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마케팅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떤 멋진 문장으로 매력을 담아낼 수 있을지 상상하며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암킴 : 제가 마케팅 일을 도와드려도 될까요?

스타트업 대표 : 마침 일손이 많이 모자랐는데, 좋아요! 그런데 함께 일할 팀원이 없고 임금도 많이 못 드리는데 괜찮을까요?

암킴 : 네! 상관없습니다.

스타트업 대표 :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1시까지 여기로 와주세요.


#회의 시간 말고는 자유시간?

첫 출근 날, 회의 시간인 1시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집에서 버스 타고 40분 거리, 탭댄스를 추며 출근했다. 취업 불황인 것도 있었고 돈도 많이 못 받았지만 스스로 쟁취해냈다는 성취감이 날 춤추게 할 정도였다. 대표님과 만나 앞으로 마케팅을 어떻게 할지, 주요 일정과 업무를 나누었다. 회의 시간만 2~3시간 지나 5시가 되었다.


스타트업 대표님 :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은 2시에 볼까요?

암킴 : 네! 좋습니다. 그러면 출근 시간은 어떻게 할까요?

스타트업 대표님 : 저희 회의 때만 시간 맞춰 모이는 거로 하죠. 어차피 각자 업무는 모여서 할 필요까진 없으니까요.

암킴 : 넵, 알겠습니다.


침대에 누워 자기 전, 어디로 출근할지 물색했다. '역시 일하면 스타벅스 아니겠어?, 두 번째 출근지는 사무실 근처 스타벅스, 바로 너로 정했다!' 사무실에서 생각보다 거리가 먼 곳이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보단 빈자리가 더 많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노마드워커의 삶일까? 늦겨울만큼 쌀쌀한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2층으로 올라가니 노트북을 놓고 일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노트북을 펴고 대표님이 혼자 해왔던 마케팅 흔적들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해나갈지 길게 고민하다 회의 시간에 늦지 않게 참석했다.


스타트업 대표님 : 지금 다음 서비스 오픈까지 한 달여 남았어요. 마케팅 예산은 20만 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까요?


암킴 :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를 콘텐츠 새로 만들어서 진행하고, 무료로 홍보할 수 있는 곳들에도 다하는 게 어떨까요? 우선은 콘텐츠에 넣을 글이랑 이미지를 만들어야겠어요.


스타트업 대표님 : 그렇게 하죠. 그럼 광고 계정 권한 지금 드릴게요.

지금 생각해봐도 참 아찔했던 순간이다. 광고 계정 권한을 주는 방법을 아무도 몰랐던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뿔싸. 마케터가 나 혼자다. 거기에 대표님은 마케팅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합류 당시 나에겐 지식만 있었고, 마케팅 업무를 해본 경험은 하나도 없었다. 광고 계정 권한 주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이럴 땐 역시 구글이지' 공대생이라고 검색에 꽤 자신이 있었다. 정보의 바다에서 버터플라이 접영을 하며 방법을 찾아내었고 광고 계정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광고를 어떻게 등록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광고 캠페인의 목적이 너무 많았다. '트래픽? 브랜드 인지도? 전환? 이게 다 뭐지? 하지만 괜찮다. 나에겐 구글링(구글로 검색한다는 뜻)이 있으니까!' 1시간 검색 끝에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금껏 해왔던 광고들이 트래픽 캠페인들이었으며 트래픽 캠페인은 광고를 보고 들어올 거 같은 사람들에게 광고를 보여주는 캠페인이었다.


암킴 : 대표님, 기존에 트래픽 캠페인만 해오셨는데 전환 캠페인으로 해야 구매가 많이 일어난다고 해요!

스타트업 대표 : 아! 저는 전혀 몰랐네요. 역시, 마케터가 있으니 뭔가 다른걸요? 이번엔 전환 캠페인으로 해보죠!


여기서 또 문제가 튀어나왔다. 광고 매체들에서는 효과를 올리고 방문자들의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홈페이지에 삽입하는 스크립트를 제공한다. 스크립트 설치가 되어있어야만 전환 캠페인을 할 수 있었다. 우리 홈페이지에는 설치되어있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페이스북 픽셀(스크립트)을 설치 방법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암킴 : 휴, 이제 설치만 하면 우리도 전환 캠페인을 할 수 있겠어요! 어??? 홈페이지를 어떤 걸로 만드셨죠?

스타트업 대표 : 네이버의 XX 홈페이지라는 건데 정말 간편하게 만들 수 있었어요.

암킴 : ...


홈페이지를 프로그래머 도움 없이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를 '웹솔루션'이라고 부른다. 그때 당시 일부 솔루션들은 스크립트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힘든 경우가 많았다. 결국에는 트래픽 캠페인만으로 광고를 돌렸지만 다른 웹솔루션으로 직접 홈페이지를 2주에 걸쳐 만들었다. 그때도 전환 캠페인을 쓸 줄 모른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부산에서 서울로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스타트업 대표 : 어때요? 문제가 계속 나오지만 하나씩 처리하며 돌파하는 맛이 있지 않나요?

암킴 : 네, 그건 확실한 것 같아요!



*정리

1. 스타트업 마케터로 일하고 싶다면 스타트업 대표가 출몰하는 곳에 기웃거리자.

2. 스타트업은 하루하루 문제의 연속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되, 꾸준히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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