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남편 생일까지만 해도 구색을 맞추자고 조그마한 케이크를 준비했었는데 올해는 그 작은 케이크도 하지 않았다. 요즘 남편에게 가장 필요한 반팔 티셔츠 몇 장을 샀다. 그것만 덜렁 주는 게 무안해서 오랜만에 편지를 썼다. 별 내용도 없는 편지였다. 마지막에 변함없이 곁에 있겠다고 썼다. 그 한마디를 쓰면서 지금까지 썼던 편지들이 생각났다. 변함없이, 영원히, 그런 말을 내가 누군가에게 썼던 적이 있었나? 분명히 없다. 이제 그런 말을 함부로 쓸 수 있다. 혹여나 내 마음이 부담이 될까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 너무 취하면 안 될 것 같아 밑 잔을 깔 듯 남겨 놓았던 마음들을 마음껏 마셔도 된다. 회까닥, 취해버려도 괜찮다. 어쩌면 사람들은 마음을 적당히 나누는 일에 지쳐서 하나의 마음이라도 함부로 하고 싶어서 부부가 되는 게 아닐까? 단 한사람에게라도 '조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마구' 그런 말을 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