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by 박아담

내가 고등학생일 때 가장 친한 친구가 어느 날 세상이 다 무너질 것처럼 울면서 전화가 왔다. 친구에게 달려가 자초지종을 들으며 위로했다. 여태, 아르바이트 한 번 해보지 않은 친구의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을 할 처지에 놓였다면서 친구는 울었다. 두 눈을 꿈뻑거리며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친구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친구는 평생 살림을 해온 엄마가 손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픈 데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며 울고 또 울었다. 나는 친구가 말할수록 점점 더 무감각해졌다. 우리 엄마는 일을 안 한 적이 없는데. 우리 엄마는 항상 미싱을 돌리는 데. 그래서 밤마다 다리에 쥐가 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했다. 갑자기 엄마가 궁금해 집 앞 상가 지하로 향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부터 미싱 소리가 시끄러웠다. 미싱에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익숙했다. 어릴 땐 마치 미싱과 엄마가 한 몸이 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이거 좀 추려!라며 시다를 시켰다. 하 괜히 왔다. 어릴 때 엄마는 공부만 하는 오빠에겐 집안일이며 아빠 얘기며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나에겐 엄마가 별 얘기를 다 했다. 그 어린애한테 엄마는 정말 별 얘기를 다 했다. 그 시절 술도 담배도 연애도 하지 않은 엄마에게 유일한 돌파구는 나였을 것이다. 어린 마음에 그런 말들이 돌처럼 쌓였다. 남편과 내가 자주가는 선술집에, 호프집에, 카페에, 그리고 우리집에 그 돌멩이들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내 것도, 남편 것도, 나란히 두었다. 우리는 서로 별 얘기를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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