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

by 박아담

나는 우리 엄마가 뻔한 엄마였으면 했다. 너무너무 흔하고 고리타분한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항상 집에서 남편을 챙기고, 때마다 자식에게 밥과 간식을 내어주고,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비가 오면 초등학교 정문 앞에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그런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렇게 미싱과 한 몸이 되어서 어린 내가 어디서 오는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는 엄마가 아니라. 반면에 나의 꿈은 굉장히 성대했다. 슈퍼스타가 된다거나 발레리나가 된다거나 운동선수가 된다거나. 매번 꿈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같았다. ‘출세’ 그 어린 나이에 출세가 꿈이었다. 그러던 내가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사실 이것도 일종의 출세다.) 그 사이 결혼을 하고 기다리던 아이를 갖게 되었다. 혹시나 내 가벼움에 아기가 떠나갈까 3개월이 넘도록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이 지구, 이 우주에 딱 우리 둘만, 아니 우리 셋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임신이 확정된 날, 남편과 치킨집에서 오붓하게 앉아 저녁을 먹었다. 나는 굉장히 의젓하게 맥주 대신 사이다를 마셨다. 원래의 나였다면 치킨에 사이다? 말도 안 되지. 빅뉴스가 생겼는데 아무도 모른다?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그런데 진짜 소중한 게 생기니까 나처럼 푼수떼기도 이렇게 과묵해질 수가 있는 거였다. 우리만 알고 있다는 그것마저 소중한 느낌이었다. 치킨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대뜸 말했다. "오빠, 현모양처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아? 현명한 어머니와 좋은 아내래! 이제 내 꿈은 현모양처야!" 오빠는 치킨을 먹다가 깔깔깔 웃었다. 보통 현모양처라고 하면 지혜로운 아내라는 이미지가 더 먼저 떠올랐는데, ‘현명한 어머니가’ 더 먼저였다니. 우리 아이에게 뻔한 엄마가 되어줄 것이다. 남편에게도 좋은 아내가 되어줘야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어쩌면 이게 진짜 출세 아닌가? 치킨을 우걱우걱 먹으면서 남편에게 조잘거렸다. 남편은 재밌다는 얼굴을 하면서 작심하듯 말했다. "그럼 나는 팔불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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