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회사 덕분에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로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결혼식 전후로 오빠 친구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집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꽤나 싹싹하게 오빠 친구들에게 대접했다. 오빠는 배달시켜도 된다고 했지만, 한사코 음식을 준비한다고 부산을 떤 건 나였다. 그리고 막상 내 친구들을 초대할 때는 배달을 시켰다. 남편은 자리를 비켜줄 겸, 운동을 하러 나갔다. 여자들끼리 왁자지껄 수다도 떨고 한창 놀고 있었다. 마침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 손에는 동그란 멜론이 들려있었다. 꽤나 내성적인 남편이 내 친구들에게 싹싹하게 인사했다. 결혼식 때에도 인사를 했었지만 이렇게 만나는 건 또 느낌이 달랐다. 남편은 빠르게 손을 씻더니 과일을 깎아주겠다며 부엌에서 멜론을 다듬었다. 나는 친구들과 거실에 앉아 두런두런 수다를 떨었고, 남편이 부엌에서 과일을 준비했다. 문득 엄마와 드라마를 보며 한 얘기가 생각났다. 그때 드라마에서 남편이 부인의 손님에게 다과를 대접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엄마는 "너무 멋지다. 우리 딸도 저런 남자 만나"라고 말했다. 그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하겠지만, 우리 엄마에게는 그럴 일이다. 어느새 예쁘게 깎인 멜론이 테이블에 놓였다. 친구들은 어쩌고저쩌고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 사이 나는 그 예쁜 멜론을 사진에 담았다. 엄마, 나 엄마가 바라는 그런 남자 만난 것 같아. 참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