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한 달 전부터 끊임없이 상상했던 그날 아침이 오고야 말았다. 우리 아기의 정식 등원날이기도 한 그날 아침. 항상 아침이 힘들어 늘 아슬아슬하게 출근했는데 이젠 그러면 등원도, 출근도 망한다. 그러므로 정신 똑띠 차려야 한다. 전날 핸드폰도 거실에 두고 안 쓰는 태블릿에 진동 알람을 설정해 침대 맡에 두고 잤다.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도보 10분, 어린이집에서 회사까지 도보 20분. 준비시간 해서 1시간 반이면 충분하지만 6시에 일어나 따뜻한 물도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 준비를 마치자 딱 맞춰 아기가 깼다. 기저귀를 갈고 옷도 갈아입히고 어린이집 가방까지 다 챙겼다. 현관 앞에 세워두니, 꼭 어린이 같다. 14개월짜린데, 언제 저렇게 컸지?
어린이집까지 아기의 손을 잡고 걷다가 아기를 안았다가 다시 내려두기를 반복했다. 어린이집 초인종은 누르고 원장님에게 아기를 건네고, 아기랑 빠빠이 하면서 돌아 나왔다. 아기는 울지도 않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원장님과 나를 번갈아볼 뿐이었다. 이제 점점 떼를 쓰면 어쩌지? 8시간은 넘게 있어야 하는 데 어쩌지? 애순이처럼 힝- 하는 마음을 쥐고 출근길에 올랐다.
1년 4개월 만의 회사는 변한 듯 변하지 않았다. 사람은 조금 바뀌었지만 자리는 그대로였고, 내가 작성했던 자료도 그대로였다. 익숙한 만큼 새롭게 적응할 일이 없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공백기간 동안 진행된 일들을 파악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자, 띠링-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어린이집 어플 알림장이었다. 알림장 안에는 우리 아기의 노는 모습이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낯선 곳에서도 잘 있는 것 같아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런저런 업무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4시, 워킹맘의 퇴근시간이 되었다. 아기를 데리러 가는 발걸음이 무지 바빴다. 20분 거리를 거의 10분 만에 달려가, 어린이집 초인종을 눌렀다. 현관에서 엄마를 보자 우리 아기가 해사하게 웃었다. 우리 아기는 웃는 게 정말 예쁘다. 이건 내가 엄마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객관적으로도 그렇다. 너무 예뻐 덩달아 입이 찢어지게 웃게 된다. 아기를 한 아름 안고서 볼을 비비고 쓰다듬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 옷, 아기 옷을 다 갈아입고 소파에 풀썩 앉았다.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났다. 멍,하니 생각해 보니 꽤 괜찮았잖아? 아니지 이 정도면 완벽한 하루가 아닌가? 잠순이인 내가 아침 6시에 잘 일어나서 따뜻한 물도 한 잔 여유 있게 마시고, 깔끔하게 옷도 입고, 아기도 때맞춰 일어나 주었지. 등원할 때도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서도 잘 있어주었고. 우리 오늘 하루 정말 잘했다! 그지? 아차차! 저녁밥 미션이 남았다. 아차차... 밤잠도 남았군. 허허허 괜찮아, 아가야 이미 우리의 하루는 나름 완벽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