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앞두고

by 박아담

어제는 아기가 비교적 일찍 잠들어 모처럼 남편과 맥주 한 잔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남편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되고 싶은 것보다 되기 싫은 걸 말했다. 바로 '꼰대'. 도처에서 마주치는 막무가내 한 할아버지, 무례한 할머니, 또 자신의 말만 맞다고 우기는 회사 상사들까지. 아무래도 그들에게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다고, 당신들이 변화할 인식이나 서사 따위가 생길 시차도 없이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한 것 같다고. 키오스크 같은 건 기술의 변화니까 젊은 사람들이 배려해 주고 알려주면 된다지만, '인식'의 변화는 다른 차원이라 고여버리면 꼰대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단다. 앞으로 세상은 더 빠르게 변화할 텐데 최소한 고정된 사고밖에 하지 못하는 꼰대가 되기 싫다고. 40대 초반의 남성에게 딱 알맞은 마지노선 같아 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만만한 사람.' 이제는 더 이상 누구에게라도 만만해지긴 싫다. 서른일곱이나 됐으니 이제는 만만해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재밌게 봤던 드라마가 떠올랐다. 사람을 홀리려면 바로 특별한 사람은 평범하게, 평범한 사람은 특별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만만해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관계에서 핵심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아무리 가진 게 많아도 너무 저자세인 사람에겐 매력이 없고, 아무리 가진 게 없어도 고자세인 사람에겐 뭔가 있어 보이는 거 말이다. 회사생활에 적용한다면? 대표를 평범하게 신입을 특별하게? 오우. 난 못할 것 같다. 조금 수정해 보자면 대표님을 최대한 편하게, 신입에게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게 내가 만만해 보이지 않는 법일 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 방향성일 수는 있겠다.

또, 유쾌한 사람이 되고 싶다. 기분 좋은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뭐 내가 뭐라고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단 생각보다 그저 내 안의 나의 기운이 보기 좋고, 듣기 좋고, 살랑살랑했으면 좋겠다. 지금 회사에 그런 사람이 한 명 있다. 정말 귀찮은 일을 할 때도 홍홍홍, 특유의 웃음소리가 베어나고, 싫은 말을 할 때에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조금 가까워진 다음에 그녀에게 항상 그렇게 유쾌해서 너무 보기 좋다고, 칭찬했더니 돌아오는 말은 이랬다. 자기는 그게 너무 고민이라고, 자신이 힘든 지 아무도 모른다며. 그러면서 또 홍홍홍 웃었다. 나는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맑음이다.

복직을 앞두고 이런 공상을 했던 건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좋은 키워드를 떠올리고 싶어서였다. 마치 연극배우가 분장실에서 감정을 잡듯이.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꽤 마음에 드는 하루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뭐 이게 또 출근 준비에 등원 준비까지 해야 하는 판에 잘도 되겠냐 싶겠지만, 그래도 이쯤에서 매일 아침 떠올릴 좋은 키워드를 만들어보자면.... 음, 위트 있는 기존쎄??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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