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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Jul 11. 2018

허용치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나는 미움받기 싫어 앞에서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말하는 형편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나아진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나는 나와 지내는 사람들이 가끔 밉고, 그 사람들에게 가끔 서운하고, 그 사람들한테 가끔 화가 날 때가 있다. 하지만 적정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말하지 못하고 내가 이렇게 형편없다는 것을 글로 쓴다. 다름은 어쩔 수 없고 그 다름을 인정하지만 참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건 '우리도 사람이니까'에 대한 말을 받쳐주는 일 같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험담을, 배려 없는 이기심을, 예의 없는 질문들을, 강요하는 취향을, 깔아뭉개는 자존심을, 자기만 아무렇지 않은 장난들을 가끔 불편하게 느낀다. 그럴때면 밉고 서운하고 화나는 감정들이 솟구친다. 나조차 적정 수준을 지키며 살고 있는지 항상 의구심이 들지만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이겨낼 수 있는, 허용 가능한 자신만의 수치가 있다는 정도는 안다. 어떤 이는 속시원히 말할 수 있는 시원시원한 성격이거나 마음이 넓어 이해 가능한 범위가 넓을 수 있겠지만 나는 겨우 이만큼 이다. 누구에게나 잃고 싶지 않은 사람과 꼭 지키고 싶은 사이가 있으니 그들의 허용치를 건들지 않고 넘지 않으며 적정선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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