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확히 말하면 비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비가 내릴 때 습해지는 공기와 곱슬기 올라온 내 머리카락을 싫어한다.
배고픔을 못 참는다. 배고픔이 극에 달했을 땐 손이 떨리고 가슴이 빠르게 뛰며 식은땀이 난다. 배가 안 고플 땐 아무것도 먹기가 싫다. 제때 챙겨 먹는 게 귀찮다. 그러다 찾아온 나의 배고픈 친구는 당장 뭐라도 주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군다.
형태주의 개념에서 건강한 개인은 매 순간 자신에게 중요한 게슈탈트(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조직화하여 지각한 것)를 분명하게 전경으로 떠올리지만, 그렇지 못한 개인은 전경과 배경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심리학 용어 :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는 부분(=전경), 보다 덜 중요한 부분(=배경)
난 삶의 전경과 배경을 잘 전환시키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현재' 내가 해야 하고 필요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 지을 수 있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전경을 맞닥뜨렸을 때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건강한 정신을 가졌다.
이성과 감정이 자주 충돌하고, 그때마다 내가 우선순위를 두는 건 감정이다. 이성과 감정을 둘러싼 모든 논리에서 벗어나 단지 내가 내리는 결론에 기울여 생각해 보면 대체로 감정의 뜻을 따르고 행동했다. 머리로 이해했으나 감정이 동반하지 않는 일에 스스로 움직인 일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다.
도시의 북적이고 반짝거리는 화려함을 좋아하지만 자연의 편안하고 잔잔한 소박함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자연은 항상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말을 잘 못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에는 솔직함과 배려,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은 같잖은 마음들이 공존해서 정리가 잘 안된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데 혹시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까 봐, 내 생각의 무게보다 내 말이 가볍게 느껴지는 게 싫어서 말을 그냥 말로 뱉는 게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