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넣는 그릇. 신이 처음 인간을 빚을 때 몸은 없었다. 마음을 빚고 그것을 인간이라 칭했다.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마음은 흔들림이 심했다. 자꾸 헝클어지고 무너지고, 좀처럼 일정한 형체를 갖지 못했다. 보다 못한 신은 몸이라는 그릇을 빚어 마음을 그 안에 집어넣었다. 이것이 지금 인간의 모습이다. 마음은 여전히 흔들림이 심하다. 처음 창조될 때부터 그랬으니 타박해서는 안 된다. 몸이 일을 하면 된다. 몸이 마음을 잘 잡아주면 된다. 몸과 마음이 세트로 무너지지만 않으면 된다. 마음이 흔들릴수록 몸을 챙겨야 하는 이유다.
『사람사전』은 ‘몸’을 이렇게 풀었다. 신이 왜 인간에게 몸을 줬는지, 즉 출생의 비밀을 까밝혔다. 마음이 다소곳했다면 몸은 없었다. 마음의 흔들림이 몸을 낳은 셈이다. 그러니 몸은 죽는 날까지 마음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고마워하는 방법은 마음을 잘 껴안는 것이다. 변덕을 부리면 더 껴안고, 흥분을 하면 조금 더 껴안고, 걱정과 후회로 무너지려 하면 있는 힘을 다해 꽉 껴안고. 흔들리는 게 그의 일이니 왜 흔들리는지는 묻지 말고. 물론 마음도 안다. 몸이 마음을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잘 안다. 마음이 몸에게 옷도 사주고 향수도 뿌려주는 건 미안하다는, 고맙다는 표현이다.
한없이 게을러지거나 갑자기 짜증이 나거나 쉽게 싫증이 나거나 괜히 우울해진다면 마음을 야단칠 게 아니라 몸을 먼저 추슬러야 한다. 마음을 껴안아야 할 몸 어딘가가 고장 났다는 뜻이니까. 몸이 마음이다. 정철 카피 <몸>
흔들리는 게 마음의 일인데 나는 마음을 야단쳤다. 게을러 지거나, 짜증이 나거나, 싫증이 나거나 괜히 우울해지는 건 다 마음 탓이니까.
단단하지 못한 내 마음 때문이니까.
그런데 마음을 야단칠수록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마음이 무너질 때면 몸도 같이 무너졌다. 어쩌면 이 당연한 일을 왜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을까.
껴안을 줄 모르고 탓만 하는 몸 때문에 마음이 고생했겠다. 추스르지 못하고 흔들리는 마음 품고자 했던 몸도. 몸이 마음이라는데. 하나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