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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형 Sep 15. 2020

일주일의 일기

엄살 부리는 거 싫어하고 징징거리는 것도 싫어하는데 일주일 넘게 내 꼴이 그랬다. 일하면서 먹는 밥은 끼니 때우기 일 뿐인데 그마저도 하기 싫고, 불안해서 잠도 안 오고 출퇴근 시간이 곤욕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주말출근을 하자고 생각했다.
막상 주말이 되니 일 걱정 말고 내 걱정이나 하자 싶었다. 쌓인 피로가 아니라 일주일 넘게 망친 내 기분을 풀어주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했다. 빳빳한 셔츠를 입고, 드라이브를 하고, 서점에 가고, 마음에 드는 책을 샀다. 거기다 친구에게 보라색 꽃을 선물 받았다. 기분이 조금씩 풀렸다.

며칠 전에는 혼자 앓는 게 벅차서 집에 와서 울었다. 엄마는 그 후로 나를 일찍 깨워 몇 숟갈이라도 떠서 아침을 먹이려 하고, 점심때마다 전화해서 밥은 먹었냐고 물어본다. 퇴근할 때가 되면 친구들이 오늘은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는게 일상이 되었다.
엄살도 징징대는 것도, 민폐도 걱정 끼치는 것도 다 싫으니 밥도 챙겨 먹으려 하고, 내 기분도 망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한다. 그러면 곧 괜찮아지겠지. 그런데 괜찮아지더라도 결론은 내야겠다. 체력도 정신도 건강하지 못하니 별게 다 대수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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