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형 Feb 15. 2016

관찰

눈에서 기억으로

흥미로워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관찰'이다. 사전적 의미로 관찰이라 함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을 뜻한다. 이것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그러므로 인해 기억 속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흔히 관찰일지라는 숙제를 내주시곤 한다. 생명의 신비함과 보살핌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게도 주어졌던 이 숙제는, 나에게 좋은 영향을 가져다주었다. 하루하루 변해 가는 생명의 모습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고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 있노라면 나는 그것들을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핸드폰 속 9천 장이 넘는 사진들 중 제일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집 고양이(대지)다. 집순이면서 한가 한터라 대지와 붙어있는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자고 있는 녀석을 지켜보는 일을 좋아한다. 내 숨소리에 귀를 파닥 거리고, 악몽을 꾸듯 사람처럼 부르르 떨고, 편한 자세를 찾기 위해 여러 번 몸을 꼬았다 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귀엽기 때문이다. 또 유일하게 녀석을 마음껏 쓰다듬을 수 있는 시간 때문이기도 하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애정을 가져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단순히 보는 것과 관찰이라는 것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온전히 눈에서 기억으로 옮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이 바라보아야 했고, 더 많은 애정을 쏟아야 했다. 그럴수록 그들은 내게 행복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작가의 이전글 감정 표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