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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Dec 05. 2018

마흔한번째 요가이야기

살라바아사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바깥을 살펴본다. 어떤 규칙 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어떤 말을 밖으로 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그렇게 바깥을 정돈하고 나면 내부에 있는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방법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내부의 에너지와 숨을 살펴본다. 마음이 어떤 속도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어떤 말을 속으로 되뇌는지 들여다본다. 그렇게 내부를 단정하게 하고 나면 외부에 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 그렇다 라고 생각한 어떤 단호함들은 나의 부족함에서 생겨났었던 것이구나 깨달으며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했던 말, 한 해 동안 했던 일들과 지나보낸 마음들을 뒤돌아 바라본다. 찾아온 사람들을 떠올리고 멀어진 사람들은 정말 멀어져버린 것일까 기억을 더듬어 본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도 했을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은 아닐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마무리 짓고 어떤 고리를 새로 걸면 좋을까 같은 것들을 큰 결심이나 다짐의 옷을 걸치지 않고 생각한다. 엉망인 것 같다고 울상이 되는 연말에도 대견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연말에도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면 열 나라 작가들의 책을 읽는 일이다.

하려했으나 못했던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것을 연말이라고 미뤄버리지 않았으면 하였던 2014년 11월 어느 날, 혜화동 로터리에 우두커니 서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었다. 그 해의, 하려했으나 못했던 일은 내가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 바깥을 살피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건네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에게는 고운 말들을 충분히 건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나를 안아주고 싶어서 시작한 혼자만의 프로젝트. 10개국 책읽기. 바깥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조율하면 내부의 에너지도 천천히 정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고요하게 매듭을 어루만지고 싶었고, 단정하게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싶었다. 보이는 것을 조절하고 나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좋은 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할 수 있는 일은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는 일이니까 나는 나를 위해서 내부로 유입되는 것에 변화를 주려 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과 눈에 담기는 것, 귀로 흘러들어 오는 소리와 코에 스치는 냄새, 몸을 움직여 담기는 시간 같은 것들을. 밖에서부터 내부로 무심코 들어오던 것들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그렇게 혼자를 기르는 동안 만든 안의 에너지가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 보았다.

그러고나니 나에게 그것은 어느정도 진실처럼 보였다. 보이는 것을 먼저 조절하고 나면 보이지 않는 것에 자연스럽게 힘이 생겨난다는 것.

그러나 항상 그렇기만 한 것은 없었다. 보이는 것보다 먼저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부터 생겨나는 것들이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깊은 것을 먼저 따뜻하고 고요하게, 모서리가 너무 뾰족하지 않도록 만들어 두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그것과 닮은 모습으로 조율된다.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간다.

그러니까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으니 매 순간 무엇을 먼저 살펴볼지를 정해야 한다.

오늘의 나, 오늘의 내 몸과 오늘의 내 마음에게 필요한 방식을 정한다. 살라바사나를 한다. 오늘의 나에게는 숨을 살펴보는 일이 첫번째로 필요했고 배꼽 아랫부분에서 만들어져서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내부의 힘이 중요했다. 오늘의 살라바사나에서는 그것을 먼저 살펴보았더니 바깥이 조절되었다. 바깥을 조절하려한 것이 아닌데 더욱 필요한 자리에 적당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랫배에서 올라온 힘이 가슴을 높여주고 다리 안쪽의 힘은 발끝으로 전달되어 뻗어올려진다. 올리려고 할 때보다, 그 곳으로 가려고 할 때보다 더 기분 좋게 그 자리에 몸을 둘 수 있게 되었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은 것으로, 깊은 곳에서 먼 곳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몸과 마음의 안밖을 골고루 살펴본다. 대부분의 정답은 오늘의 정답일 뿐이라는 것 또한 기억한다. 내일의 선택이 같을 수 있지만 그 것 역시 내일의 정답일 뿐이다. 그리고 그 정답을, 나의 내부에서 찾는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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