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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an 30. 2019

마흔아홉번째 요가이야기



요가를 잘하는 사람

성기게 엮인 바구니에는 아주 단단하고 커다란 것을 넣어야 한다. 작은 것, 가루가 많이 묻었거나 조각나있는 것들을 그런 바구니로는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을 촘촘하게 엮고 싶다. 자세히 보면 멀리서 볼 때와는 조금 다른 무늬를 갖고 있는 꽉 짜여진 바구니처럼 삶을 엮어내고 싶다. 그래서 손톱만큼 작은 조각도 담고 부스러진 가루같은 순간도 담고 조금 무르거나 어쩌면 단단한 물성을 지닌 것들까지, 빛나는 것들과 빛을 잃은 것들까지 안전하게 담아내고 싶다. 작은 행복들을 작다는 이유로 서운하게 만들거나 큰 행복을 크다는 이유로 불편해하지 않고 적당한 마음으로 만나고 싶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감사했었고, 내내 마음 안을 굴러다니는 말 중의 하나가 되었다. 아마도 자주 행복한 내가 행복이라는 것에 너무 마음을 쉽게 주는 타입인가 조금은 고민하던 때에 만난 말이라 더욱 와닿았으리라 생각한다.

어른들은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행복해진다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행복에 대해 아주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잘하는 것이 별로 없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특별히 무언가를 굉장히 못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대부분의 일들에서 고만고만한 학창시절이었다. 특별히 못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끔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특별히 못하지 않기 때문에 더 특별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아주 못하면 모두들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거나 필요한 연습을 가르쳐주어서 결국 그는 그것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되는데 나는 그럴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을 모르고 살아야하는 것인가 고민하다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요가 수업을 하게된 것은 요가 동작을 처음부터 멋지게 해내서가 아니었다. 요가는 그런 것이 아니어서 늘 나를 위로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게 전부가 아니지만 그것은 중요하니까 그냥 한 번 더 해보면 된다는 것이 항상 고맙다. 많은 분들이 요가 매트 위에서 “저는 아직 요가를 잘 못해서”라고 말씀하시지만 요가를 잘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번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잘하지 않으면 즐기지 못하고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른들이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라고 하셨던 것은 어쩌면 잘해야 타인의 인정을 받고, 잘해야 자신에게도 사랑을 받고, 그래야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하셔서 아닐까? 그러나 무언가를 잘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요즘의 나는 수련을 하는 동안 스스로 못나 보였던 동작을 노트에 적고 있다. 이런 것은 처음 해본다. 자존감이 높지 않았던 나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나를 격려하였었는데 요즘에는 격려의 반대 의미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아주 재미있다. 가장 부족했던 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렇게 써내려간 동작을 생각이 날 때마다 별다른 준비없이 가볍게 한번씩 해보자는 것이 요즘의 다짐이다. 무엇을 해내고 싶어했었지만 요즘 그저 부족한 점을 찾고, 받아들이고, 적절한 강도의 노력을 즐거운 만큼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잘 해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잘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 그런 마음이 삶이라는 바구니의 구멍을 메꾸어 준다. 작은 조각들까지 잘 담아낼 수 있는 삶이라는 바구니를 꿰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 거기가 거기인 것같은 가까운 땅에서 태어난 감도 여무는 시기는 늘 제각각이다. 같은 날 태어났으니 어서 같은 순간에 꽉 차게 익어달라고 감에게 부탁하여도 감은 의연하게 자신의 속도를 지킨다. 그러니 나는 우리들의 행복이 아주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거나 아주 같은 질량을 가질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그렇게 가혹하게 만들어졌을리 없다고 여긴다. 어떤 즐거움은 성취에서 오고 어떤 즐거움은 별일 없는 일상이나 어딘가로 향하는 길에서 온다. 도착지에서만 행복을 느끼는 일은 어쩐지 억울하다. 조금 더 잦은 빈도로 행복하기로 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동안 행복한 사람으로,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동안 행복한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나의 ‘잘한다’ 정의는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숨을 잘 쉬며 머무르고 작은 실패들을 기분 좋게 만나는 것 또한. 나는 요가를 참 잘하는 사람, 그래서 정말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다.





글/ 예슬 (brunch.co.kr/@yogajourney)
그림/ 민지 (brunch.co.kr/@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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