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하는 소비생활 : <사고재비>
01. 만년 달력
퇴사를 앞두고 프리랜서 생활을 위한 첫 번째 소비는 만년 달력 구입이었다. (구직활동을 하며 가장 취직하고 싶었던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니 참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좋던 싫든 간에 꼬박 주 5일을 7년간 아침 공기 마시며 집을 나서던 내가, 오늘이 며칠이고 무슨 요일인지 헷갈려 하며 산다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나태함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내 직업의 성향은 울타리가 없어서 원형 계획표 안에서의 통제가 필수라 생각하다 보니, 이불을 돌돌 감고 늘어지는 늦잠이 좋아 하루 종일 누워만 있거나 어제의 숙취로 신경 쓰는 이 없이 뒹굴다 계획 없이 나른한 오늘 밤과 마주하고 나면 몰려오는 자괴감이 월급 꼬박꼬박 나오던 때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부여받는 심정으로 달력을 넘겨 오늘 날짜를 머릿속에 입력하는 의식을 매일 성실히 치러야지만 안도감이 생길 수 밖에.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앞은 늘 뿌옇다. 하지만 내가 가진 두려움과 오늘을 직시하게 해주는 당근과 채찍 같은 이 달력이 나의 원동력이 되어 매일을 미미하게나마 나아가게 해준다. 퇴사하기 전 날 또 다른 시작에 설레며 구입했으니 오늘이 꽉 채워 삼 년이 되는 날이다.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에서 오는 간 밤의 잡생각과 두려움은 내일 성실히 달력 의식을 치르면 잠시나마 자취를 감추겠지. 그렇게 믿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