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코랄 립밤

by 버들


나의 생각하는 소비생활 : <사고재비>

07. 코랄 립밤

‘하늘 아래 같은 컬러의 립스틱은 없다.’

20대 시절, 어울리지도 않는 고은애 컬러를 부지런히 바르고 다닌 덕분에 나에게 핑크색이 얼마나 안 어울리는지 일찌감치 깨달은 결과, 자체 웜톤 판정을 내린 나의 화장대 서랍 안에는 언제나 코랄 계열의 비슷비슷한 컬러의 립스틱이 가득하다.




과하지 않은 듯 신경 쓴 메이크업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특히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준비할 때면 어디까지 찍어 발라야 만족이 될는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각각의 톤이 다른 세 개의 립 컬러를 섞어 공들여 발라도 갑작스러운 외출로 급히 바른 것 마냥 자연스럽고 싶고, 눈을 까뒤집어 점막부터 라인을 채우고 꼬리를 길게 빼도 과하지 않게 깊이 있었으면 좋겠다. 브러시를 두 번 털어 요리조리 공들여 두 뺨을 붉게 물들여도 엽떡 중간 맛 세 개정도 집어먹은 마냥 수줍게 생기 있는 정도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아무리 마음에 쏙 드는 색의 립스틱을 발라도 각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내 눈에는 전혀 예뻐 보이지 않아서 요즘은 오렌지색이 연하게 묻어나는 립밤 하나만 바르고 다니는데 그간의 노력이 허무할 만큼 가장 만족스러운 걸 보면 메이크업은 결국 자기만족이고 자연스러운 게 최고인 것 같다.




가끔 기분 전환으로 바르는 올봄의 유행 컬러도 좋지만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아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내게 어떤 립 컬러가 잘 어울리는지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은 결국 끊임없는 자아성찰의 결과물인 것이다.



하늘 아래 같은 컬러의 립스틱도 없고, 하늘 아래 같은 입술도 없다. 어떤 입술색일 때 내가 가장 예뻐 보일지는 아직도 탐구 중이지만 첫 번째로 챙겨야 할 준비물은 나를 기꺼이 어여쁘게 쓰다듬어줄 내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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