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바디브러시

by 버들


나의 생각하는 소비생활 : <사고재비>

12. 바디 브러시



나는 아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것은 등을 긁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변하는 게 사랑이라 사랑만으로 결혼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데, 가려운 등만큼은 효자손으로 아무리 긁어도 그 시원함이 사람의 손길만 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그 이유였다.



결혼하지 않은 내가 아쉬운 대로 구입한 것이 바디 브러시였다. 우선 미지근한 물을 묻혀 모질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적당한 양의 샤워젤을 짠 뒤 거품을 풍성하게 만들어서 등을 쓸어주듯 조심조심 밀면 아쉬운 대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서 내겐 효자손처럼 고마운 녀석이다.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결혼한 친구가 헛웃음 지으며 말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결혼해서 사랑이 더 싹트는 경우도 많고 그로 인해 생기는 안정감은 말로 못할 만큼 포근해”
기혼자에게서 나오는 달콤한 결혼 후일담이 가뭄이던 시기에 들은 친구의 말은, 효자손 같기만 하던 딱딱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말랑하게 풀어 다시 정의 내리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게 결혼은 서로에게 바디 브러시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범위가 넓어졌다. 결혼이란 등의 가려움을 넘어서서, 마음의 가려움을 긁어줄 노력을 함께 하는 것. 밖에서 쌓아온 먼지, 가려웠던 마음을 집에서 서로 툭툭 털어주고 삭삭 긁어 입꼬리를 올려주는 것. 쓰고 보니 말이 쉬워서 마음의 각오는 더욱 단단히 하게 되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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