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배낭

by 버들



나의 생각하는 소비생활 : <사고재비>

11.배낭


프리랜서인 내 직업의 특 장점 중 하나가 작업실을 그날그날 내키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보니, 일주일의 절반은 집, 절반은 나가서 작업을 하고 있다. ‘내 가방의 무게가 곧 인생의 무게’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나의 인생의 무게는 아무래도 꽤 무거운 편일 듯.



나는 짐을 줄이는 대신, 내 어깨를 보호해줄 튼튼한 가방을 택했다. 바람이 통하는 메쉬 원단에 폭신함을 더한 어깨띠와 등판, 소지품을 분류해서 넣기 좋게 주머니가 여러 개로 나누어진 나의 배낭. 가방의 짜임이 특이해서 무거울수록 처지지 않고 뾰족해지는 모양새도 마음에 든다.



늘 메고 다니다 보니 때가 타지 않고 기능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 어느 옷에도 무난하게 어울리고 질리지 않는 이 가방에 손이 간다. 집을 나서기 전, 거울로 등에 얹어진 가방을 확인하면서부터 나는 여행자의 자세가 된다. 반짝이는 두 눈과 마음으로 거리의 풍경 하나하나에 감탄하다 보면 어제의 단골 카페도 오늘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둘러멘 배낭으로 하여금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괜스레 설레게 되는 것이다.


일상이 여행과 같았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채워주는 소중한 인생의 짐덩이. 사람들의 말처럼 이 배낭의 무게가 참말 인생의 무게라면 내가 감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기며 오늘도 가방을 메고 삶이라는 여행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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